1장. 만 서른다섯, 퇴사 말고 은퇴

그만둘 이유는 없었지만, 시작할 이유는 분명했다

by 아무나작가 이율희

은퇴 나이를 정했다

호기로운 이십대 중반,

나는 마흔이 되기 전에 은퇴하기로 마음 먹었다.


돈을 안 벌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언젠가는 내 삶의 리듬을 내가 정하고 싶었고,

파이어족인 나는

그 시점을 미리 정해두고 싶었을 뿐이다.


앞만 보고 달리면 도착은 빠르다

그 후로는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2년마다 승진했고,
5년 만에 디렉터가 되었고,
최연소 C레벨, 임원도 해냈다.

돈과 명예, 좋은 동료들까지 얻은 것도 많았다.


대신 나를 위한 시간과 건강은 늘 뒷순위였다.

커리어가 언제나 1순위였고,
나는 그 무자비한 우선순위

정말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는다.
열심히 살았고, 기꺼이 감당했고,
무엇보다 모든 선택은 내 몫이었으니까.


성장하는 내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인정욕구가 강했던 나.
조직이 원하는 것이 곧 내가 원하는 것인 줄 알았고,
아는 척, 고상한 척, 똑똑한 척 하는 것도

프로페셔널함이라 여겼다.


나에게도, 조직에게도 끊임없이 성장해야한다며

가스라이팅하던 내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나도 괜찮은데,
그냥 나대로 살면 안되나?


그리고 한 달 뒤,

직장인 은퇴를 선언하고, 돌연 사표를 냈다.


그렇게 나는 만 서른다섯에 회사를 놓아주었다.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는 계획 중

회사에서의 분기 목표, 연간 목표 등등

이런 대단한 것 말고,
요즘은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나답게 살아가고,
나를 위해 선택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사실상, 아무 계획이 없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새로운 시작이 너무나 기대된다는 것.
그 시작이 무엇이 되었든,
온전히 내가, 나의 행복을 위해 선택했을 테니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이제는

내가 정한 속도로,

내가 만든 질문

내 방식대로 답하며 살기로 했다.


이 공간에는

지난 커리어를 쌓기까지의 과정과 생각들,

이제 시작된 새로운 시도와 마음들을

거침없이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