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다시 엄마의 살림생활에 들어갈 줄이야
나와 남편, 그리고 7개월 된 아들은 나의 친정부모님과 같이 산다. 내가 출산하기 한 달 전쯤부터 나와 남편은 친정엄마와 살림을 합쳤다. 그리고 한 달 뒤 무더운 8월 말에 우리 아들이 태어났다.
내가 친정엄마와 살림을 합치게 된 건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단 임신한 지 4개월쯤 되었을 때, 남편이 승진을 했다. 승진한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지만 승진과 함께 근무지 이동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찾아왔다. 지금 사는 곳을 떠나 머나먼 대전으로 가야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대전으로 이동한다고 결정 난 것이었으면 또 몰라, 다음 근무지가 대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지금 현재 근무지에 계속 있을 수 있다는 불확실함만이 가득하고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아이가 태어나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왜 하필 남편은 지금 승진을 한 것인지 원망스럽기도 했다. 사실 남편도 예상치 못한 이른 승진이었기 때문에 남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남편이 커리어를 쌓고 인정받았다는 것은 좋았지만 만약 남편이 근무지가 바뀌고 주말 부부가 된다면 나 혼자 갓난아기를 케어해야 한다는 것과 예쁜 우리 아기가 태어났는데 주말마다 아빠를 봐야 하는 것이 너무 불쌍하다며 한동안 밤마다 남편 앞에서 엉엉 울기도 했다.
그때 엄마가 제안을 해오셨다. 2년 동안 친정 엄마랑 아빠와 같이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나는 나만 생각하면 친정 엄마의 육아 도움을 받을 생각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남편이 신경 쓰였다. 만약 남편이 근무지 이동 없이 현 근무지에서 계속 근무를 한다면 매일 처가 식구들과 한 집에서 같이 먹고 마시며 생활해야 하는 처가살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가족 구성원이 더욱 단출해지는 현실에 자기네 식구들도 아니고 어렵고 어려운 장모님, 장인어른과 같이 산다는 게 어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겠는가?
살림을 합쳐보자는 엄마의 제안을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했을 때, 남편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주말 부부가 될지 안 될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큰 결정을 단 몇 분 안에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아무 말 없이 고민하는 남편 앞에서 나는 말했다. "당신이 멀리 이동해서 우리가 주말부부를 한다면 나는 더더욱 우리 아기를 혼자 키우기 어려울 거야. 그거 생각하면 나는 엄마랑 같이 사는 거에 더 선택권이 없어." 라며 남편에게 쐐기를 박았다.
남편이 생각해 볼 시간을 달라고 한 뒤 며칠이 지났다. 남편은 살림을 합치는데 동의하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근무지를 이동하면 혼자 남겨질 나와 아이를 생각하면 처가 식구들과 같이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사실 예상했다. 남편은 자기 불편한 것보다 나를 더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어려운 결정을 해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그러고 나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남편의 다음 근무지 발표를 기다렸다. 6월이 되자 남편의 근무지가 발표되었다. 나에게는 정말 정말 다행스럽게도 남편의 근무지는 변동 없이 현 근무지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편도 내 옆에 있고, 같이 사는 엄마도 있으니 육아 도움도 받고 내 바람대로 된 것이다.
무더운 7월 말에 우리 부부와 친정 부모님은 한 지붕에서 같이 먹고 마시며 생활하게 되었다. 나는 출산을 곧 앞둔 막달 임산부가 되었고, 남편에게는 본격 처가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상상했던 대로 친정살이가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