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간호사의 근로 일지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출근한 데이 근무날.
아직은 몸과 정신이 덜 풀린 채로 응급실 진료구역으로 들어가 이미 근무를 하고 있던 나이트번 간호사들과 인사를 하고 각 연차별로 정해져 있는 물품 카운트를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막내였고, 막내 간호사들은 물품 카운트 하는 물건들이 꽤나 산발적으로 포진해 있고 물건의 종류가 다양했다. 응급실 진료구역 곳곳에 있는 물건들을 확인하기 위해 응급실을 돌아다니며 물품 카운트를 진행했다.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소생실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곳의 침상이 깨끗하지 않고 무언가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나이트번이 진행한 심폐소생술의 환자였고, 그 환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 환자는 나이가 꽤 젊었다. 25세 남자였던 것이다. 보통 심폐소생술은 지병이 있는 노인 환자들이 주된 대상이었기 때문에 왜 이렇게 젊은 남자가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사망한 상태로 침상에 있을까 궁금했다.
사연인 즉, 오토바이 TA(Traffic accident, 교통사고)라고 했다. 이 에피소드를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적어보자니 이 환자가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단독사고였는지 기억이 확실히 안 난다.
한창 청춘이 아름다울 25세의 나이로 이렇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다니.. 나는 그 당시 20대 중반의 나이였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또래의 죽음을 목격한 것이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지병으로 인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끝내 죽음을 맞이한 환자들을 많이 보고 흘려보냈지만 이렇게 기구한 죽음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이 청년이 왜 오토바이를 타게 된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탔는지, 생업을 위한 배달을 위해 탔는지 그건 모른다.
교통사고는 자동차 안에 타고 있을 때에 발생해도 무섭다. 하물며 머리에 헬멧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신체 일부를 보호할 수 없는 오토바이의 사고는 그 충격을 온몸에 받았을 터인데 얼마나 아팠을까? 혹시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심장이 멈춰 버렸을까?
이미 세상을 떠난 그 청년도 불쌍하긴 했는데 그의 가족 되는 사람들도 참 안타깝다 생각했다. 출근했을 당시에는 아직 보호자가 오지 않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의 부모라는 두 사람이 도착했고, 둘 중 특히 모친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응급실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인생을 살며 전혀 예상치 못한 고통과 슬픔이 그의 엄마 되는 사람에게 순식간에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시련이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 이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한 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조용히 응급실 의료진들은 그의 부모에게 슬픔을 애도할 시간을 주었다. 그들을 지켜볼 새 없이 응급실에는 계속해서 환자들이 오고 갔다. 어쩌면 그들의 슬픔을 같이 애도할 시간보다 우리의 본업이 필요한 환자들을 신경 써야 했기에 그쪽으로 더 시선을 줄 수 없었다.
한참을 슬퍼하던 부모는 곧장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수순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이 세상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응급실을 떠나 장례식장으로 갔다.
오토바이라는 이동 수단이 스피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자동차보다는 한편으론 이동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 한들 오토바이는 자동차에 비해 교통사고가 나면 충격을 감당하기엔 정말로 아무 장치가 없어 더 위험한 건 누구나 다 안다. 나는 이번 일을 겪고 난 뒤 시간이 흘러 내가 만약 자식을 낳게 된다면 '내 자식은 절대로 오토바이를 안 탔으면 좋겠다. 아니 못 타게 해야겠다' 결심을 굳게 먹었었다.
젊은 남성이라면 오토바이에 대한 로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끔찍한 오토바이 사고의 결과를 직접 목격하지 않고서야 오토바이의 위험성에 대해 크게 인식할 수 있을까? 뉴스나 신문에서 수많은 오토바이 교통사고 내용을 접한다 한들 그저 타인의 이야기라며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과연 안전하게 오토바이를 운전하면 괜찮다는 말로 응수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스스로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운전하더라도 상대방의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의해 받친다면 그 피해가 심할 수 있지 않은가.
이제는 진짜 아들을 둔 엄마가 되고 나니 우리 아들은 제발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이 없이 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도시락 싸들고 말리겠다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이 글을 보고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싫어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 아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나중에 아들이 크면 꼭 말해줘야지. 오토바이만큼은 꼭 좀 참아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