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기억의 절반은 미래다

by 윤사랑

<기억의 절반은 미래다>


나는 기억을 설계하는 기술자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삽입하는 일을 한다.


이 기술은 처음엔 치료 목적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고통스러운 과거 대신 평온한 미래를 심어주는 것. 하지만 곧 기업들이 이 기술을 상품화했다.

“당신의 미래를 미리 경험하세요.”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성공, 사랑, 깨달음을 기억처럼 간직하게 되었다.

나는 한 남자의 의뢰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죽음은 미래의 가장 확실한 사건이니까요.”

나는 그에게 죽음의 순간을 설계했다.
고요한 병실, 창밖의 석양,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는 감각.

그는 그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삶을 소비하지 않고 음미했다.


그는 말했다.

“죽음을 기억하니, 삶이 선명해졌습니다.”


나는 그를 보며 처음으로 의문을 품었다.
기억이란 과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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