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기억하는 자
〈눈으로 기억하는 자〉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손도 잡지 않았다.
그들은 눈빛으로만 기억을 전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기억을 말로 전할 수 없었다.
그의 세포는
언어를 거부했고,
그의 존재는
침묵을 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너를 기억하고 있어.”
“너는 나의 과거야.”
“너는 내가 잊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그녀는 놀랐다.
그 눈빛은
자신이 잊고 있던 기억을
조용히 흔들었다.
그녀는 말했다.
“당신을 본 적 없어요.”
하지만 그녀의 눈은
흔들렸다.
그는 깨달았다.
기억은
뇌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눈빛에 새겨진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기억을 전했다.
그녀가 웃던 날,
그녀가 울던 밤,
그녀가 떠났던 순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눈빛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녀는 울었다.
그 눈물은
말보다 깊은 대답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말했다.
“이제 너는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들은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말은 없었지만,
모든 것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