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고양이 아니고 사람이지

〈9화: 익숙함이 흔들릴 때〉

by 윤사랑

퇴근 후, 지안은 평소처럼 현관문을 열었다.

“루이 왔네~” 익숙한 인사였다.

늘 그랬듯, 루이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루이는 거실 한쪽에 앉아 있었다.

지안이 다가가 손을 내밀자, 루이는 멈칫하더니 살살 뒤로 물러났다.



“왜 그래…?”

지안은 조심스럽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루이는 아무 말 없이 소파 뒤로 숨어버렸다.



지안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루이는 늘 먼저 다가왔고, 지안의 손길을 반기던 존재였다.



‘무슨 일이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지안은 낚싯대를 꺼냈다. 루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살짝 흔들자, 루이는 소파 뒤에서 천천히 나왔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앞발도 들지 않았고, 눈빛도 무표정했다.

그저 낚싯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창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았다.



지안은 낚싯대를 내려놓고 루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은 낯설었다. 익숙했던 루이가 오늘은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관계라는 건, 익숙함을 전제로 유지되는데 그 익숙함이 흔들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안은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루이는 창밖을 바라본 채 지안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루이, 너도 그런 날이 있어?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아무도 만지고 싶지 않은 날.”

루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가만히 숨을 쉬었다.



지안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관계라는 거, 가끔은 너무 가까워서 숨이 막히고, 가끔은 너무 멀어서 불안해.”

“루이,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인간관계라는 거, 계절처럼 변하는 걸까?”



루이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건 고양이의 대답이었다— 말은 없지만, 마음은 닿는.



지안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가끔은 고양이도 사람처럼 그냥 혼자 있고 싶은 날이 있을 수도 있지.’

‘나도 그런 날이 있었잖아. 누가 다가오는 게 부담스러웠던 날. 말 걸지 말아줬으면 했던 날.’



지안은 커피잔을 들고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 루이는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건 흘러가는 대로 그냥 두어도 되는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

‘굳이 붙잡지 않아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그 흐름을 바라보는 것도 관계의 한 방식일지도 몰라.’



"가까워지려 애쓰지 않아도 돼. 서로의 거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니까."

그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해였고, 저녁빛처럼 천천히 다가와 머무는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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