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보는 날〉
청소를 하다 말고, 지안은 낡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책장 아래 깊숙이 있던 상자.
그 안에는 오래된 노트들이 들어 있었다.
그중 하나, 검은색 스프링 노트.
표지에 “2020”이라고 적혀 있었다.
먼지가 살짝 쌓여 있었고, 모서리는 조금 닳아 있었다.
지안은 그 노트를 꺼내 소파에 앉았다.
루이는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지안이 노트를 펼치자 루이는 앞발로 살짝 노트 모서리를 눌렀다.
첫 장을 넘기자 삐뚤삐뚤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이상하게 외롭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것 같고,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지안은 그 문장을 읽고 잠시 멈췄다.
그건 분명 자신의 글인데,
지금의 자신과는 조금 다른 사람 같았다.
다음 장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사람.
그때는 하루에 몇 번씩 생각났던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익숙한 걸까..”
지안은 조용히 웃었다.
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답을 굳이 찾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낄 만큼 마음이 자라 있었다.
루이는 지안의 무릎에 앞발을 올렸다.
“루이야, 그때 나는 참 복잡했네.
지금도 복잡하긴 한데, 조금은 덜 흔들리는 것 같아.”
루이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지안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억은 아프지 않더라.
아픈 건, 그 기억을 꺼내지 못했던 시간들이었어.”
지안은 잠시 노트를 내려놓고 커피를 내렸다.
루이는 주방 문턱에 앉아 지안을 조용히 바라봤다.
커피 향이 퍼지자 지안은 다시 소파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중간쯤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자주 흔들릴까.
누가 나를 붙잡아주면 좋겠는데,
그걸 말하는 것도 어렵다.”
지안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그때의 자신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지만 그걸 말하는 법을 몰랐던 사람 같았다.
지금의 지안은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루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노트의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될까?
그때의 나는 어떤 마음일까?”
지안은 그 문장을 천천히 읽고 노트를 덮었다.
“읽게 됐네. 그리고… 괜찮아.”
“기억은 오래 남지만, 그 기억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조금씩 자라나나봐.”
루이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었다.
지안은 그 조용한 존재에 기대어, 과거의 자신을 조용히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