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고양이 아니고 사람이지

〈12화: 진심을 털어놓는 순간〉

by 윤사랑

출장 일정이 끝나고, 지안은 근처 골목을 걷다가 문득 은지 생각이 났다.

예전 직장에서 점심을 자주 함께 먹던 동료.

가끔 맛집이나 쇼핑몰 정보를 톡으로 보내며 “지안 씨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하고 안부를 묻던 사람.


그 직장을 퇴사한 뒤로는 톡만 가끔 오갔지만,

지안은 은지를 ‘편안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은지 씨, 혹시 오늘 저녁 시간 돼요? 근처 출장 와서요.” 톡을 보내자 곧 답장이 왔다.

“헉 진짜? 완전 반가워요. 당연히 돼요. 어디서 볼까요?”



카페는 조용했고, 창가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처음엔 일 얘기, 날씨 얘기를 했다.

은지는 지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것도, 감정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서 은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말했다.

“지안 씨는… 요즘 마음은 어때요?” 그 질문은 지안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지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사실… 요즘은 그냥 그런 날이 많아요. 괜찮은 척은 하는데, 진짜 괜찮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은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안은 계속 말했다.

“회사에서는 늘 조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리 두고, 집에 오면… 그냥 조용히 있어요.”

“루이라는 고양이랑 같이 사는데, 그 친구가 없었으면 좀 많이 무너졌을지도 몰라요.”



은지는 조용히 웃었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건, 참 다행이네요.”

지안은 그 말에 조금 울컥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그냥 받아주는 느낌이었다.



“사람들한테는 괜찮다고 말하는 게 습관이 됐는데, 오늘은…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은지는 커피잔을 들고 말했다. “잘했어요. 그런 말은, 가끔은 꼭 해야 하니까요.”



집에 돌아온 지안은 현관문을 열었다. 루이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루이 왔네~” 지안은 말하며 머리부터 꼬리끝까지 손을 쓱 문질렀다. 루이는 “냐옹—” 하고 대답했다.


지안은 소파에 앉아 루이에게 말했다.

“오늘은… 누구한테 진심을 말했어. 그게 좀 이상하면서도, 조금은 괜찮았어.”



루이는 지안의 무릎에 앞발을 올렸다. 지안은 그 손길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

“진심은 조심스럽게 꺼내야 하지만, 한 번 꺼내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그날 밤, 지안은 루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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