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고양이 아니고 사람이지

〈13화: 흔들리는 순간〉

by 윤사랑

그날은 이상하게 모든 게 버거웠다.

회의는 길었고, 말은 잘렸고, 점심은 대충 때웠고, 퇴근길엔 비까지 내렸다.



지안은 젖은 옷을 벗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루이는 거실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루이야…” 지안은 힘없이 다가갔다. 루이는 갑자기 식탁 위로 뛰어올랐다.

거기엔 지안이 아끼는 유리잔이 놓여 있었다.



“안 돼!” 지안이 소리쳤다.

루이는 놀라며 멈칫했지만, 이미 유리잔은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순간, 지안은 감정을 참지 못했다.

“왜 자꾸 그래! 나 진짜 힘들어 죽겠는데… 너까지 이러면 어떡해…”



말이 끝나자 지안은 입을 다물었다.

루이는 조용히 식탁 아래로 내려와 소파 뒤로 숨어버렸다.



지안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건 루이에게 처음으로 낸 화였다.

가장 가까운 존재에게 감정을 터뜨려버린 순간이었다.

‘나도 상처받고, 상처 주는 사람이구나…’



지안은 조용히 유리잔 조각을 치우고 소파에 앉았다.

루이는 여전히 숨어 있었다.

잠시 후, 지안은 조심스럽게 루이에게 다가갔다.

소파 뒤에 웅크린 루이는 지안을 바라보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미안해, 루이야. 오늘은 내가 좀 많이 흔들렸어.”

루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지안의 무릎에 앞발을 올렸다.

지안은 그 손길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날 밤, 지안은 오랜만에 일기장을 꺼냈다.

노트의 빈 페이지에 천천히 글을 써내려갔다.

“가장 가까운 존재에게 화를 낼 때, 그건 사랑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가 흔들리는 순간이다.”

“나는 상처받고, 상처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걸 인정하는 게 관계를 지키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지안은 펜을 내려놓고 루이에게 말했다.

“너는 말이 없어서 내 감정을 다 받아내는 것 같아. 그래서 더 미안하고, 그래서 더 고마워.”



루이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지안의 옆에 조용히 누웠다.

“사랑은 완벽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는 마음으로 지켜진다.”



그날 밤, 지안은 루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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