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꿈속의 이름〉
퇴근길, 지안은 카페에 들렀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고,
유리창 너머로 번지는 불빛은 하루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지안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숨이 멎었다.
익숙한 얼굴. 오래전 헤어진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예전처럼 단정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눈빛은 조금 지쳐 보였지만, 여전히 선명했다.
지안은 얼어붙은 듯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 사람은 지안을 발견하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가왔다.
“지안아, 오랜만이다.”
목소리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부드럽지만, 그 안에 묘한 떨림이 있었다.
지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커피잔을 꼭 쥔 손끝이 차갑게 식어갔다.
그 사람은 의자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잘 지냈어?”
짧은 질문이었지만, 지안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그 질문은 단순한 안부가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들을 불러내는 신호 같았다.
함께 걷던 골목, 늦은 밤까지 이어지던 대화, 사소한 다툼과 화해…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안은 눈을 피하며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입술은 닿지 않았다.
‘왜 지금일까. 왜 이 순간에 다시 나타난 걸까.’
그 사람은 지안을 똑바로 바라봤다.
예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지안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된 감정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나 아직도 이렇게 흔들리네…’
그때, 루이가 다가왔다.
카페 안에 있을 리 없는 루이가, 지안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지안은 놀라며 루이를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손끝에 스며들었다.
루이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 단순한 움직임이 지안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순간, 모든 풍경이 흔들리듯 사라졌다.
눈을 떴다. 방 안이었다. 소파 옆에서 루이가 조용히 자고 있었다.
지안은 숨을 고르며 깨달았다.
‘꿈이었구나… 하지만 꿈속에서도 나는 흔들렸네.’
지안은 루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과거는 가끔 꿈처럼 찾아와 마음을 흔들지만, 지금은 이렇게 곁에 있는 온기가 더 선명해.”
창 밖의 밤은 멀리 흘러가고, 곁의 숨결만이 고요히 머물렀다.
그 밤은 그렇게 잔잔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