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묘인연

치즈와 수박, 그리고 나의 쓸쓸한 산책

by 윤사랑


야트막한 산 오솔길을 따라 걷던 오후,

작은 나무 뒤에서 들려오는 냐옹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노란빛 털을 가진 고양이가 보였다. 조금 아파 보이는 모습, 그러나 눈빛은 또렷했다.

나는 조심스레 “일루와, 고양아” 하고 불러보았지만, 녀석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길을 지나던 노부부가 다가와 말했다.

“저 아이 이름은 치즈예요. 짝꿍이 수박이라고 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나타난 또 다른 고양이. 건강해 보이는 수컷, 이름은 수박.

코 옆에 박힌 듯한 얼룩이 꼭 수박씨 같아, 이름이 참 잘 어울렸다.



나는 수박에게 말을 건넸다. 놀랍게도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 다가와 몸을 비비고, 배를 드러내며 눕는다. “마음껏 만져줘”라는 듯한 태도.

그 순간, 낯선 길 위에서 따뜻한 교감이 피어났다. 노부부는 덤덤하게 말해주었다.

“수박이는 원래 주인이 있었는데, 여기다 버리고 갔다더라구요.” 그 말에 마음이 저릿해졌다.



잠시의 교감 후, 수박은 마치 가야 할 때를 아는 듯 천천히 멀어졌다. 가로등 아래 덤불 뒤로 사라지기 전, 그는 한 번 더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 눈빛은 짧지만 깊은 인사 같았다.



짧고도 애틋한 만남. 처음이지만 이미 서로 알고 있는 듯한 느낌. 나는 속으로 말했다.

“너를 다시 본다면 참 반가울 것 같다. 치즈랑 사이좋게 잘 지내. 눈 오고 추운 날엔 꼭 붙어 있어. 안녕.”



그렇게 고양이와의 만남은 끝났지만,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잔잔한 쓸쓸함과 따뜻함이 남았다.

길 위에서 스쳐간 교감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내 하루를 깊게 흔들었다.



가슴에 눈처럼 스며든 묘인연.

건강하길 치즈, 수박. 다음에 또 볼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너는 고양이 아니고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