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자리

by 윤사랑

벚꽃이 눈부시게 흩날리는 따뜻한 봄날, 나는 점심을 먹으러 대형 쇼핑몰을 가로질러 출구로 향한다.

그곳에는 몇 해째 같은 자리에 서서 “신문사세요, 신문사세요”를 외치는 아저씨가 있다.


소리에 예민한 나는 그 목소리가 듣기 싫어, 모르는 척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둘러 지나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햇살이 유난히 부드럽게 내려앉아,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 탓일까. 무심히 흘려보내던 그 목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늦추며 얼굴을 바라본 순간, 아저씨는 이미 노인이 되어 있었다. 키는 조금 더 작아지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희망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하루 종일 바닥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그 자리에 서서 반복되는 말, “신문사세요.”


그 순간 눈물이 났다. 저 자리도, 저 삶도 결코 원하는 것이 아닐 텐데 나는 왜 그저 불편하다고만 생각했을까.


그는 더 늙고, 더 힘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계절은 무심히 흘러가고, 봄은 또다시 찾아와 벚꽃은 눈부시게 피어버렸다.



작가의 이전글에세이 묘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