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창문들

by 윤사랑

〈창문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기술자였다.

감정을 분석하고,

기억을 복원하고,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당신은 나를 이해해요.”

“당신은 내 마음을 알아요.”

“당신은 내 세계에 들어올 수 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들의 세계를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 창문을 열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창문 안에 살고 있었다.


그의 세계는

조용했고,

정돈되어 있었고,

외로웠다.


어느 날,

한 여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내가 느낀 건

당신이 모를 거예요.”


그는 말했다.

“나는

당신의 감정을 복원할 수 있어요.

당신의 기억을 재현할 수 있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 마음이 아니라

당신의 해석이에요.”


그는 멈췄다.

그는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지만,

결국

자기 세상밖에 살지 못한다.


그는 창문을 바라본다.

밖에는 수많은 창문들이 있다.

빛이 새어나오고,

그림자가 흔들린다.


그는 그 창문들을

하나씩 기록한다.

“그녀 / 분홍빛 / 흔들림”

“그 / 회색 / 침묵”

“나 / 투명 / 고립”


그는 더 이상

창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창문 너머를

존중하기로 한다.


그는 말한다.

“나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요.

하지만

당신이 거기 있다는 건

믿어요.”


그 말은

이해보다

깊은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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