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비극의 마을

by 윤사랑

<비극의 마을>


그 마을은 조용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고요한 사람들,
말 없는 거리,
그리고
숨겨진 상처들이 있었다.


그 마을의 사람들은
각자의 비극을 품고 있었다.

어떤 이는
자식을 잃었고,
어떤 이는
자신을 잃었고,
어떤 이는
말할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갔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지 않았다.
아니,
위로할 수 없었다.

비극은
말로 닿지 않는 깊이에 있었고,
그 깊이를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비극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나는 끝을 알고 있어요.
그 끝은 고통이었고,
그 고통은
지금도 저를 흔들어요.
하지만
저는 그 고통을
살아내기로 했어요.”


그의 말은
마을 사람들을 흔들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비극을
입 밖에 내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그날을 꿈꿔요.”
“나는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해요.”
“나는 살아 있지만,
그날 이후로
살아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들은 울었고,
침묵했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날 이후,

마을엔 작은 공간이 생겼다.
비극을 말할 수 있는 자리.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저
함께 앉아
흔들리는 숨을
나눌 수 있는 자리.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각자의 비극을 품고 있지만,
이제는
그 비극을
함께 살아가기로 했어요.”


그 마을은
변하지 않았다.

풍경도,
거리도,

사람도.


하지만
그들의 고통은
더 이상
고립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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