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된 존재
〈분할된 존재〉
그는 늘 자신을 ‘개인’이라 믿었다.
자신의 선택,
자신의 감정,
자신의 기억.
그 모든 것이
자기만의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병원에서
자신의 뇌파를 분석한 보고서를 받았다.
그 보고서엔
그가 겪은 감정의 상당수가
타인의 말,
타인의 표정,
타인의 침묵에서 비롯된 것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느낀 슬픔이
내 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누구인가.”
그는 자신의 과거를 되짚었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의 말투,
그가 미워했던 사람의 눈빛,
그가 외면했던 사람의 침묵.
그 모든 것이
그의 성격을 만들었고,
그의 결정들을 이끌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수많은 타인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공유된 존재였다.
그는 조용히 노트에 적었다.
“나는 나이지만,
너의 말이 나를 흔들었고,
너의 침묵이 나를 만들었고,
너의 존재가
나를 구성했다.
나는 개인이지만,
너 없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 노트를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에게 건넸다.
그녀는 읽고 말했다.
“그 말,
나도 그렇게 느껴요.
당신은 당신이지만,
당신은 나의 일부이기도 해요.”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완전히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위로처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