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향기 저장소

by 윤사랑

<향기 저장소>


그녀는 기억을 맡기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의 향을 보관하는 관리자.


도시는 향기로 기억을 저장한다.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을 맡기고,

그 순간을 다시 꺼내기 위해 그녀를 찾는다.


첫사랑의 향은

복숭아꽃과 비 오는 날의 흙냄새.

아버지의 마지막 포옹은

담배와 오래된 책장 냄새.

실패한 꿈은

탄 냄비와 새벽의 커피.


그녀는 향기 저장소의 깊은 층에

자신의 기억을 하나 숨겨두었다.


그 누구도 맡기지 않은,

그녀만의 기억.

그것은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의 향이었다.


달빛 아래 젖은 이끼,

그가 남긴 말 없는 안녕.

그녀는 그 향을 꺼내지 않는다.


그 향은

기억이 아니라

그리움의 형태로 남아 있어야 하니까.


어느 날,

한 소년이 찾아왔다.


“엄마의 향을 맡고 싶어요.

기억은 없지만, 향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가장 오래된 병을 꺼냈다.


라벤더와 우유비누,

그리고 아주 약한 체온의 흔적.


소년은 눈을 감고

그 향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기억 같아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향은

그의 엄마가

그를 기다리던 시간의 냄새였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향으로 남아,

다시 누군가에게 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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