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프로토콜
〈향기 프로토콜〉
그들은 기억을 향기로 저장한다.
사랑은 자스민, 이별은 베르가못, 죄책감은 이끼.
모든 감정은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향수병에 담긴다.
기억을 조작하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향기로 조작하는 건 훨씬 더 정교하고 은밀하다.
왜냐하면, 후각은 가장 오래 남는 감각이니까.
주인공 ‘Y’는 향기 조작사다.
그는 의뢰인의 기억을 향수로 재구성해준다.
“그녀와의 마지막 밤을, 설렘으로 바꿔주세요.”
“전쟁의 냄새를, 평화의 풀잎으로 덮어주세요.”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기억이 조작되었음을 알아챈다.
어릴 적 엄마의 품에서 맡았던 라벤더 향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향수병을 깨뜨린다.
기억이 흩어진다.
진짜 기억은
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