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에세이

새순

by 윤사랑

<새순의 시간: 식물은 미래를 기억한다>


파브르는 말했다.

식물은 동물의 자매이며, 살아 있는 공동체다.

그들은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도우며 전체의 번영을 위해 일하는 생명의 연합이다.


나는 새순을 바라본다.

그 속에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잎이,

아직 피지 않은 꽃이,

암술과 수술까지 순서대로 접혀 있다.

그 질서는 마치 미래를 기억하는 듯하다.

식물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자신의 몸 안에 접어 넣는다.


파브르는 관찰했다.

식물의 눈(芽)은 단순한 덩어리가 아니다.

그 속에는 펼쳐질 가지와 잎, 꽃의 구조가

정확한 순서로, 정확한 위치에

이미 설계되어 있다.


그는 말한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들의 내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 움직임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미래를 펼치는 일이다.


나는 묻는다.

“식물은 어떻게 그 질서를 아는가?”

그 답은 새순 속에 있다.

그들은 미래를 예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기억하는 존재다.

그들의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겹겹이 접힌 나선이다.


파브르는 또 말했다.

식물은 감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 역시 빛을 느끼고, 방향을 기억하며,

자신의 자리를 선택한다.

그 선택은 생존을 위한 기술이며,

존재를 위한 철학이다.


새순은 말한다.

“나는 아직 피지 않았지만,

이미 나의 순서를 알고 있다.

나는 식물로 살아남기 위해,

식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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