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기억의 마찰력 (물리)

by 윤사랑

기억의 마찰력


물리학에서 마찰력은

물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힘이다.

표면의 거칠기,

접촉의 강도,

속도의 변화에 따라

그 저항은 달라진다.


마찰은

움직임을 늦추고

때로는

완전히 멈추게 한다.

하지만

그 저항이 없다면

우리는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미끄러져버릴지도 모른다.


기억도 그렇다.

우리는

과거를 떠올릴 때

항상 저항을 느낀다.

그 장면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에

무언가가 걸리고

그 감정은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어떤 기억은

너무 선명해서

지나가려 해도

자꾸 되돌아오고

어떤 기억은

너무 아파서

붙잡고 싶어도

손끝에서 미끄러진다.


나는 가끔

내 기억에 어떤 마찰이 작용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그 저항이

나를 지켜주는지,

혹은

나를 붙잡고 있는지.


기억의 마찰력은

보이지 않지만

감정의 속도를 결정한다.

그 힘이

우리를 멈추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며

때로는

그 자리에서 오래 머물게 한다.


하지만

그 마찰이 없다면

우리는

기억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고

그 의미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기억은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늘 무언가에 걸려 있다.

그리고 그 걸림은

우리의 말투가 되고

표정이 되고

삶의 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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