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고 싶다
가족들과 베트남 하노이로 온 지 벌써 7년이 지나고 있다.
동남아의 습한 기후와 낯선 문화에 적응하느라 처음 1~2년은 육체와 정신이 힘들었고 이대로 계속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렇게 힘들던 시기에 조금 씩이라도 글을 썼더라면 그래도 좀 견디기가
수월했을 텐데, 핑계지만 그러지 못했고 40도나 되는 베트남 날씨는 몸도 마음도 점점 늘어지게 만들곤 했다.
내 건강에도 신호가 왔고 거의 누워 지내다시피 한 날들이 많았다.
다행히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베트남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이곳에서의 삶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고 느끼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주기도 했고, 내 마음과 몸이 살만해지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두 딸에 대한 육아일기를 2001년부터 시작하여 15년 가까이 쓴 적이 있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 시작된
모든 일상을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기는 곧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재미가 되었다.
2014년... 엄마의 일기를 불편해 하기 시작하는 딸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고,
또 그 해 베트남으로 오게 되면서 타국에서의 삶에 적응하다 보니 나의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멈춰졌다.
지금도 15년 간 쓴 일기를 들여다보면 마치 어제 일 같고, 오늘 아침 일어났던 일처럼 생생하기만 한데
시간은 이렇게 훌쩍 떠나와 버렸고, 기록되지 못한 시간들은 애써 떠올려야만 하는 과거가 되어 버렸다.
어찌 되든 붙들고 있어야 했다. 후회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지금부터라도 시작할까?
짧은 편지 한 장 쓰면서도 절절매는 내가 보였고,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도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싶은 게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거다. 나를 위로하느라 또 한참 걸렸다.
아이들의 육아 일기를 기록하던 그 시절의 나는 부지런했다. 정말 열심히 썼다.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 하나하나 하나가 다 소재였고 재미였다. 그때의 즐거움을, 내 열정을 회복하고 싶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