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로나 시대를 사는 방법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7년이나 되었다니 시간 진짜 빠르다.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던 '세월이 쏜 살 같다'는 표현을 이제는 나도 현실적으로 체험하는 나이가 되었다.
현재의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 따라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공항뿐만 아니라 동네 구석구석까지
거의 대부분을 봉쇄해 놓은 상황이고 이제는 통행증을 보여 주어야 시장을 갈 수 있는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한국어 교사로서 바쁘게 지내왔던 나는 처음 한두 달은 모처럼 쉬는 것 같고 베트남의 찜통 같은 무더위에
뭐 이렇게 집에서 쉬는 것도 괜찮네 하며 견딜만하더니 시간이 점점 갈수록 멘탈이 나가는 거다.
내가 누구지? 나는 왜 여기 있지? 오늘은 무슨 일을 하지? 이 코로나는 언제 끝나지? 끝나기는 하는 걸까?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가서 예전에 꽤 열심이던 글쓰기와 또 내가 열심히 기록했던
우리 아이들(지금은 대학생 고등학생이 된 두 딸)에 대한 육아 일기들을 읽게 되었다. 이런 때도 있었구나...
그때 당시 불안정한 홈페이지들 덕에 어떤 일기들은 날아간 것도 생기고 해서 상황에 따라 이쪽 블로그,
저쪽 블로그에 올려놓다 보니 순서도 뒤죽박죽 엉망이고 또 오랜만에 들어가 본 탓에 그때 사진들도
사라진 게 많았다. 아휴, 아까워라. 그래, 지금이라도 이렇게 집에 있을 때 일기들을 정리해 보자...
그때 정말 열심히 일기 쓰면서는 다음에 우리 딸들 결혼시킬 때 소장 책으로 만들어 선물해 주면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예비 엄마들에게 주는 친정 엄마의 실제 경험담 '육아일기'를....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바쁘게 지내면서 또 베트남에 와서 살다 보니 그 결심은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던 참이었다.
약 15년 간 써놓은 두 딸들의 이야기가 수천(?) 편은 되는 것 같다. 블로그 한 곳으로 모으려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허리도 아프다. 일기 하나 복사해서 블로그에 붙이기만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들고 허리가 아팠다.
허리가 아픈 것보다도 더 슬픈 건 그 시절의 소중한 시간들을 기록한 사진들이 날아가고 열리지 않는 사진
파일이 많은 게 허리보다도 마음이 더 아팠다.
어째 요즘 엄마가 안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고 컴퓨터와 열심히 씨름하는 것을 눈치챈 큰 딸이 다가오더니
도와줄 것이 있는지 묻는다. 일기가 워낙 많아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도와줄 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사라지거나 안 열리는 파일이 많은 것 같다고 했더니 잠시만 엄마 나와 보라고 한다. 사실, 이 일기들 나중에
보여주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게 저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척 재미있어했다.
컴퓨터에다 뭔지 모르는 프로그램 깔고 키보드 몇 번 작동하고 그러더니 오마나! 날아갔다고 생각했던
그 많은 사진들을 살려냈다. 일기 옮기며 꼭 있어야 하는 사진이 없는 것을 마음 아파하며 안타까워했는데
그런 대부분의 사진들을 살려낸 것이다.
일기를 옮기면서 그때 이야기를 읽어보는 재미에 빠져서 요 며칠 어린 딸들 키우는 젊은 엄마로 돌아갔었는데
다섯 살이던 딸이 갑자기 뻥 튀겨 나온 듯, 이제는 나보다 더 큰 덩치로 내 앞에서 옛 사진들을 복구해 버리는
멋진 여대생으로 앉아있다. 그냥 감동이 된다. 잘 커준 게 감동이고, 어느새 커서 엄마를 돕는 딸이 대견하다.
오십 중반이 되니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간 즈음에 걸치고 앉아서 애매하게 살고 있는 느낌이다. 핸드폰으로
인터넷뱅킹도 하고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팩스로 보낼 줄은 아는데 다른 사람이 내 핸드폰으로 보내준 서류는
못 찾아서 딸에게 찾아 달라고 한다. 인터넷 검색이나 카톡 사용은 가능하지만 SNS에 대해서는 또 잘 모른다.
한국어 교사였으니 ZOOM 수업은 가능한데 그 안의 기능들을 다양하게 사용할 줄 몰라 답답한 상태였다.
이 코로나는 앞으로 세상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바꾸어 놓는다는데 코로나가 좀 가라앉을 때쯤
나는 저만큼 세상 뒤쳐져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인터넷 서점 e- Book으로 들어가 디지털 세상에서 꼭
읽어야 할 만한 책들을 몇 권 구입했다. 어려운 용어들이 참 많지만 나를 바꾸는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또 책을 통해 알게 된 교육 사이트에 들어가 디지털 공부도 하기 시작했다. 육아 일기 옮기랴, 디지털에 대해
공부하랴, 책 읽으랴 바빠졌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바빠질 것 같다. 어제는 딸에게 인스타그램을 설치해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의 이런 모습이 아이들에겐 신기한가 보다.
코로나로 인해 멈춘 것 같던 삶이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으로 신이 났다. 이제는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지 않게 된 것이 감사하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내 인생에서 현재 내가 서 있는 위치는 어디쯤인지 확인해 보는 귀한 시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