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입문

2021년 8월 18일 수요일

by 나와가치

'브런치 작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낮에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나 간절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 작가 신청을 해놓기는 했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쓴 주옥같은 글들을 읽어보니 나는 시간이 아직도 더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뜻밖에 소식을 받고는 믿기지가 않아서 컴퓨터 앞에서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내 살을 꼬집어 본 후, 나는 거실로 뛰어 나가서 소파에 앉아있는 두 딸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폴짝폴짝

뛰다가 머리를 감싸 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엄마의 행동이 우스웠는지 두 딸이 저희들도 엄마처럼 머리를

감싸기도 하고 덩달아 폴짝폴짝 뛰며 함께 기뻐해 줬다. 아래층에서 누가 올까 봐 내가 아이들을 말려야 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축하받은 뒤 마음을 진정하고 브런치 홈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꼼꼼히 둘러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둘러보다가... 오래도록 둘러보다가...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나는 잠도 오지 않을 만큼 우울해져 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탓인지

쉬운 단어도 생각이 안 나고, 다른 분들의 고급진 글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야 할 만큼 이해력도 딸렸다.

머리가 굳었다고 느껴지니 몸도 꼼짝 못 하겠다.


또 아무리 읽어봐도 브런치 북과 매거진의 차이도 잘 모르겠고, 다들 각자의 글쓰기 홈을 예쁘게 꾸며 놨는데

이것저것 클릭해 봐도 진전이 안 된다.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놓고도 사용할 줄 모르고, 브런치 홈에서 마음껏

글 쓰라고 허락도 해줬건만 정작 나는 으리으리한 부잣집 대문을 겨우 열고 들어 가서는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멀리 보이는 대청마루 손님들의 즐거운 잔치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 그런 초라한 이방인 같다.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마음 접고 내일 다시 용기를 내야겠다. 내일 한 발자국만이라도 더 내딛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