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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잠자려고 준비하는데
큰 딸이 안방으로 들어와 씩씩거리면서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우며 말한다.
"엄마! 나 얼굴 성형시켜줘."
"엥? 이렇게 이쁜 얼굴을 어디 고칠 게 있다고 성형을 해?"
"난 내 얼굴이 싫어. 왜 이 모양으로 생겼지? 엄마 아빠가 낳았으면 더 예뻤을 텐데..."
"어이구,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네. 지금 네 얼굴이 이쁘지, 엄마 아빠한테 나왔으면 이 얼굴 안 나온다~"
말은 그렇게 해줬어도 딸이 해준 말에 은근 기분은 좋다.
"그런데 왜 갑자기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을까?"
"며칠 전에 영어로 발표하는 거 있었잖아. 친구가 녹화한 걸 보여줬는데 내 얼굴, 내 목소리, 내 제스처까지
다 마음에 안 들어. 얼굴도 그렇지만 특히 목소리는 더 재수 없어. 지금 내 자존감이 바닥이야."
"아이고~ 딸! 네 목소리도 예뻐. 엄마 보기엔 흠잡을 데 없구먼 오늘 왜 그럴까?"
큰 딸과 그러고 있는데 작은 딸도 안방으로 들어왔다. 거기에 대고 동생에게
"동생아! 언니 목소리 재수 없지? 솔직히 말해 봐. 언니 얼굴이 더 재수 없어, 목소리가 더 재수 없어?"
"언니! 무슨 말이야? 언니 얼굴 예뻐. 내가 몇 번이나 말해? 나는 언니 얼굴도 부럽고 목소리도 부러운데...
내 얼굴이 더 못 생겼지, 언니는 진짜 예뻐. 나야말로 성형하고 싶어..."
"야! 네 얼굴이 이쁜 얼굴이지, 무슨 말이야. 나는 네 얼굴이면 좋겠다. 너는 목소리도 예쁘고..."
"에이~ 언니, 지금 장난해? 내 목소리 녹음해서 듣잖아? 도저히 못 듣겠어. 얼굴 뜨거워져."
"아니야, 네 목소리 정말 예뻐. 특히 노래할 땐 더 예뻐. 거짓말 아니야. 나는 내 목소리 정말 재수 없다니까?"
"언니~ 내 목소리 진짜 이상해. 어딘가 불안하고 암튼 내 목소리 너무 듣기 싫어."
"너는 정말 괜찮은데... 내 목소리는 톤도 마음에 안 들어."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대화를 듣다 보니 나도 딸들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는 했다.
"엄마도 베트남 언니 오빠들 가르치는 거 영상으로 찍은 거 있잖아? 그거 보면 마음에 안 들긴 하더라.
얼굴도 크고, 살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목소리도 한 톤이 높은 데다 왜 그렇게 빠르게 말하는지..."
"엄마 그 정도 얼굴이면 됐어. 엄마 목소리도 예뻐. 그렇지? 동생아~"
"맞아. 엄마 얼굴 못 생기지 않았어. 엄마 목소리도 포근해서 듣기 좋아."
"얘들아, 결론 났다!!!
하나, 사람들은 다 자기 얼굴에 만족하지 못한다.
둘, 사람들은 녹음된 자기 목소리에 대부분 거부감을 갖는다.
셋, 우리는 다 잘 만들어졌는데 각자 본인들에 대해 너무 야박한 점수를 준다.
자, 이제 됐지? 우리 각자의 모습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자. 응? 이제 가서 자라~"
조금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는지, 아니면 나름 결론을 내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이 각각 제 방으로 돌아갔다.
사실, 성형 고민은 내가 하고 있었는데...
오늘 결론으로 돈 굳었다.
2021년 8월 26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