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emaine, 1 oeuvre] Marie-Marguerite
유럽 가톨릭 문화권에선 10세기부터 마을의 시간을 담당하는 종을 축성하는 의식이 보편화됐다. 종을 탑에 안치하기 전에 지역의 성직자 (보통 주교)가 종에게 이름을 내리고, 대모와 대부를 정하며, 성유를 바르고 성수를 뿌리는 등 보통 사람이 받는 세례식과 비슷한 절차를 거친다. 종 밑으로 향로를 넣어 향과 연기가 종을 가득 차게 하는 것도 주요 과정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축복을 한 후, 종을 타구봉으로 쳐서 소리를 울리는 것으로 축성식을 마친다.
릴 메트로폴에 속한 옛 산업도시 뚜르꼬앙의 중앙엔 성 크리스토프 성당이 근사한 종탑을 뽐내고 있다. 이 높은 종탑 안에서 무려 62개의 종으로 이루어진, 프랑스에서 다섯 번째로 큰 카리용이 15분에 한 번씩 황홀한 음률을 낸다. 카리용은 두 옥타브를 낼 수 있도록 최소 23개의 종으로 이루어진 타악기의 일종인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 크리스토프 성당 카리용의 대장이 바로 마리 마그리트이다.
1891년에 주조된 이 '왕벌'은 무게만 6톤이 나가며, 이름은 종 주조에 가장 큰 경제적 도움을 준 신자인 '마리 마그리트' 대모에게서 따왔다. 축성식 이후에 비좁은 종탑의 창문으로 마리 마그리트를 들여올 수가 없어서 종탑의 바닥을 일부 도려낸 후 최고층인 '종의 방'까지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종탑에 들어가 보면 각 층의 천장에 종의 모양에 따라 둥글게 잘라진 목조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종이 어떻게 악기처럼 연주가 되는 걸까? 카리용의 용도는 무엇일까? 바로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 성당 종탑 내에 '카리용 박물관'이 마련되어 있다. 소장품의 규모는 작지만 몇 세기 전부터 이 성당의 카리용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직접 볼 수 있는, 다른 곳에선 찾기 어려운 독특한 박물관이다.
한 주 한 작품은 '프랑스 뮤제로의 산책 : 오 드 프랑스 편' 발간을 축하하며, 책에 소개된 열네 곳의 독특한 전시물 하나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이 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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