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10월 10일, 가족 메신저와 SNS를 통해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핸드폰을 계속 두드리는 가족들의 환호에 순간 아찔할 정도로 기뻐졌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여성작가가 한강 작가님이라니, 이것은 우리 역사에 내재하는 슬픔과 고통에서 눈 돌리지 않은 이를 위한 찬사다. 불공평에 괴로워하던 이에겐 이 수상은 치유이고, 여전히 아비규환을 살고 있는 이에겐 희망이리라.
프랑스 언론도 이 수상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Franceinfo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한강 작가님은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을 첨예하게 연결하는 서술 방식으로 유명하다. SNS에선 한국의 대형 서점 앞에 줄이 콘서트 대기줄 마냥 길어진 장면이 돌아다니고, 모두가 품절된 책을 찾느라 혈안이 됐다.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었다. 이번엔 프랑스어로 한강을 읽어보고 싶어 일이 끝나자마자 서점으로 가기로 했다.
Le prix Nobel de littérature est décerné à l'autrice sud-coréenne Han Kang https://www.francetvinfo.fr/monde/prix-nobel/le-prix-nobel-de-litterature-est-decerne-a-l-autrice-sud-coreenne-han-kang_6829739.html#xtor=CS2-765-[twitter]- via @franceinfo
프랑스에서 가장 큰 릴의 대형 서점인 Furet du Nord의 아시아 문학 코너로 갔는데, 없다. 벌써 다 나가고 없나 의심하기엔 수상 발표가 나고 바로 다음날이었다. 직원분께 여쭤보니 이제 대량생산 발주가 됐으니 일주일을 기다리라고 하셨다. 조금 더 멀리 있는 도서관에도 가봤다. 주문 이제 넣었단다. 그 옆의 해외 서적을 다루는 특이한 서점으로 가보니, 한강이 있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두 책이 있어 손에 들어보니 영어판이다. 사장님께선 전국이 지금 한강 대량생산에 들어갔고, 공평하게 모든 서점에 다음주 말이나 다다음주부터 입고가 될 거라고 하셨다. 예약을 걸고 서점을 나오며, 며칠 뒤면 모든 프랑스 서점에 한강이 있을 거란 상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수상 소식이 있고 나서 SNS에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작가님도 처음부터 노벨 문학상을 탈 생각하며 작가가 되시진 않았을 거라며, 취미로 쓰는 글이나 아무도 봐주지 않는 글이라도 절대 놓지 않겠다는 희망과 의지의 메시지였다. 작가님의 몇십 년간의 작품활동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우리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나도 작가님처럼 현실의 괴로움을 날카롭게 직시해야지' 하는 다짐이 싹트기 시작한다. 글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 십 년을 넘게 절필을 했다가 이제야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나도 벅차오른다. 다시 글에게 돌아가길 잘했다. 수상이 발표된 10월 10일은 내가 처음으로 쓴 책을 택배로 받아본 날이기도 하다. 처음 내 글의 무게를 느낀 순간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났다. 정말인지 감동의 한 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