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월 26일이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서막을 엽니다. 프랑스 곳곳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파리 일 드 프랑스 지역만이 아닌 마르세이유나 리옹같은 큰 광역시에도 대회를 분산시켰는데요, 프랑스 제 4의 광역시인 릴 메트로폴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경쟁의 장이 됩니다. 올림픽 공식 사이트에서 릴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까요? 다음은 공식 사이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유럽의 교차로'로 알려진 릴은 풍부한 문화유산과 사람들의 따뜻한 정, 그리고 역동성 넘치는 도시입니다. 프랑스에서 10번째로 큰 도시인 릴은 연구의 중심지로 주요 대학이 많아 활기가 넘치며, 매년 열리는 릴 전통시장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번엔 올림픽을 위해 파리까지 오시는, 혹은 프랑스에 거주하고 계시면서 그 구하기 어렵다는 관람 티켓을 구하신 분들이나 중계방송으로 릴 전경을 보실 분들을 위해 특별히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릴에 와야 하는 이유를 피력해 보려 합니다.
1. 유서깊은 올림픽의 도시
1924년의 피에르 코클랭 드 릴. 출처 : 위키피디아
릴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딴 도시라면 믿으시겠나요? 프랑스 파리에서 1900년에 열린 제 2회 올림픽 대회에서는 국가대표가 없어 다양한 도시의 대표들이 국가를 위해 대회장에 올랐습니다. 이를테면 릴 출신이 에밀 사크레 Emile Sacré가 이 올림픽의 요트 경기 중 하나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처럼요. 1900년 여름에 릴은 워터 폴로와 펜싱 등 다양한 종목에서 21개의 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이후 국가대표의 출범으로 시 대표의 참가는 사라졌지만, 프랑스를 세계 4위로 올려놓는 데 공헌한 릴 시민들에겐 아주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을 겁니다.
이 외에도 19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에서 릴 출신의 피에르 코클랭 드 릴 Pierre Coquelin de l'Isle이 사격 경기에서 우승하며 프랑스에 첫 메달을 안겨주는 등, 올림픽의 역사에서 릴로와 Lillois (릴 시민들)의 활약은 프랑스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한 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많은 릴로와는 올림픽의 도시라는 오랜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관중과 선수 모두를 만족시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방 광역시들 중에서도 릴 메트로폴은 프랑스의 수도와 가까우며, 고속열차인 떼제베 TGV 를 타실 경우 한시간 혹은 한 시간 이십 분 안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나 버스로는 세 시간 정도를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파리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면 하루나 이틀 정도는 릴에서 보내는 것도 좋은 플랜입니다.
예전에는 파리보다 저렴한 릴에 머물며 일 드 프랑스 지역을 여행하시는 분도 흔치 않게 봤는데, 올림픽 기간동안 릴이 파리 숙소 과포화 상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는 확답이 어렵네요. 국제 대회의 열기가 이미 릴에도 뻗쳐서, 파리와 가까운 지역의 호텔은 모두 숙박비를 세네 배씩 올리고 있습니다. 릴의 호텔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인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44개의 유명 호텔의 가격을 동결하는 별과 함께하는 여름밤 L'Eté dans les étoiles 작전을 실행하고는 있으나, 대다수의 방이 예약 상태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호텔 사이트에서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중심부를 지나는 올림픽 성화
4월 16일에 그리스에서 점화된 성화는 오늘자로 니스 옆의 빌프랑슈 쉬르 메르 Villefranche-sur-Mer를 지났습니다. 7월 2일 내내 성화봉송 요원이 노르 Nord 데파르트망의 일곱 도시를 지날 예정인데요, 그 중에서도 릴 메트로폴의 뚜르꼬앙 Tourcoing 과 루베 Roubaix를 지난 후, 조금 더 먼 도시인 두에 Douai를 거쳐 저녁 여섯시 이십 분에 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성화봉송 코스만 따라가셔도 릴의 주요 랜드마크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릴 행정구역에 도착한 성화는 릴 유럽 기차역 Gare Lille-Europe 주변으로 형성된 비즈니스 구역인 유라릴 Euralille을 거쳐 구도심의 첫 관문인 극장 광장 Place du Théâtre (플라스 뒤 테아트르)와 바로 옆의 대광장 그랑 플라스 Grand-Place로 향합니다.
나시오날 가 Rue nationale 를 건너 중심부를 통과하면 17세기에 루이 14세의 명으로 건설된 별 모양의 성체 시타델 citadelle이 보이는데요, 성체를 감싼 운하인 라 될 la Deûle 강둑을 따라 내려가서 샹 드 마르스 Champs de Mars 광장에서 일곱시 반 정도에 성화 점화식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봉송자는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 '알로, 슈티'의 감독 다니 분 Dany Boon이라고 하네요. 축하 행사를 위한 각종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구경할만 하겠죠?
3. 두 주요 구기 종목, 농구와 핸드볼
2019년 경기장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올림픽 개최 다음날인 7월 27일부터 8월 11일까지 릴 광역시 내의 빌뇌브 다스크 Villeneuve-d'Ascq라는 도시에서 두 주요 종목 경기가 이어집니다. 특히 핸드볼에는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팀이 본선에 참가를 합니다! A조에서 한국은 2024 유럽 동메달리스트 스웨덴과 지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스페인, 지난 유로 대회 4위에 올랐던 독일 등 강호와 경쟁하게 되니, TV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 경기장을 보시겠네요.
피에르 모로와 경기장 Stade Pierre Mauroy에서 핸드볼 결승전과 농구 예선 경기가 열릴 예정으로, 운이 좋다면 주변 도시의 다른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올림픽 공식 사이트에서 달력을 수시로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미 유명 팝스타의 콘서트와럭비 월드컵 등 주요 국제 대회를 개최했던 이 다목적 경기장은 프랑스에선 유일하게 지붕 개폐형 경기장입니다. 오만 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넓직한 돔 구장으로, 유럽에서는 가장 큰 축에 속한다고 합니다.
4. 날씨와 물가, 그리고 볼 것들
'릴, 거기가 어디야?' 라는 글에서 프랑스 북부의 춥고 우중충한 날씨에 대해 많이 불평했는데요, 이게 여름에는 장점이 됩니다. 폭염이 와도 릴의 기온은 35도-37도를 절대 넘지 않으며, 서쪽 도시에 비해 5도 정도가 낮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더위에 대비가 된 도시는 아니라, 에어컨을 찾기는 모래사막에서 바늘찾는 격으로 어렵습니다. 그래도 건물 안에만 들어가면 살만 하답니다.
릴은 타 도시와 비교했을 때 물가가 높은 측에 속하지만, 그래도 파리나 리옹보다는 거의 모든 것이 1~2유로씩 싸다고 보셔도 됩니다. 음료는 2,50유로부터 시작해 6유로 혹은 그 이상으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외식을 할 때 15유로 안팎으로 푸짐한 양의 식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릴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이 궁금하시다면 제 이전 글 두 개를 읽어주세요~
릴과 그 주변 도시는 다양한 볼거리로 유명합니다. 노르 주는 프랑스에서도 특별히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밀집해있는 지방인데, 릴 메트로폴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베의 라 피신 박물관이나 프랑스 지방 박물관 중엔 두 번째로 큰 릴 미술궁, 제 5 공화국의 첫 대통령의 샤를 드 골 생가 박물관 등 유명 문화 시설이 있습니다. 릴의 구도심은 그 자체로도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박물관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릴에선 절대 지루하진 않을 것입니다.
올림픽 개최 도시 중 하나인 릴 광역시의 매력을 느끼셨나요? 그럼 이제 도시를 여행하는 일만 남았네요. 다음 글에서는 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 그리고 릴 메트로폴의 주요 박물관 리스트를 준비해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