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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랑드르의 한별 Jun 30. 2024

[릴 여행 팁]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릴 여행, 어렵지 않아요.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 첫 관문은 도착 지점으로부터 식당, 호텔, 박물관 등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버스를 타야 할지, 차를 렌트하거나 택시를 불러야 할지도 고민이 되고, 시마다 카드 사용법도 다르니 여행 시작도 전에 진이 빠진다. 하지만 미래의 릴 여행자에게 희소식이 있다. '유럽의 사거리'라고 불리는 릴 메트로폴 전체에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릴에 도착하신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덜어드리기 위해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소개한다.


기차

릴의 위성도시인 레캥 Lesquin에 공항이 있기는 하나, 인천공항과 레캥을 잇는 노선이 없기 때문에 이 도시로 직접 입국하시는 한국분은 아주 드물다. 파리나 브뤼셀 등 타 도시에서 릴로 올 때 가장 편한 수단은 역시 기차다. 릴 중심부에는 주요 기차역이 둘 있고, 그 외에도 시내에 작은 정차역이 시 외에 두 군데 더 있다.

릴 플랑드르 역 Gare Lille-Flandres

한국 KTX의 전신인 프랑스의 떼제베 TGV, 떼제베의 저가형인 위고 Ouigo, 지역철인 떼으에르 TER 및 벨기에 앵테르시티 InterCity 라인의 시정차역으로, 프랑스 내부나 브뤼셀을 제외한 벨기에에서 오는 여행객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내린다. 역사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웅장한 매력이 있는데, 이 건물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얽혀있다. 이 역이 원래 파리 북역이었단 사실이다.

1846년에 파리 북역 이용객이 급격히 증가하여 기존의 역사를 허물고 더 큰 건물을 짓기로 했다. 당시 파리-릴 노선 건설을 맡고있던 노르 철도주식회사 Compagnies de chemin de fer du Nord가 북역 철거를 앞두고 북역의 파사드와 건물 일부를 릴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1867년에서 1869년 사이에 모든 자재가 하나하나 릴에 재건됐고, 2층과 시계층을 나중에 추가로 증축했다.

역사에 간이 음식점 및 카페와 슈퍼마켓(막스 앤 스팬서라 엄청 비싸다)이 있고, 이전 글에서 소개한 유명한 제과점인 오 메르베이유 쉐 프레드 분점이 있다. 기차에서 내려 직진하면 환승역인 지하철 역으로 내려갈 수 있다.

릴 유럽 역 Gare Lille-Europe

릴 플랑드르 역에서 오른쪽으로 오 분 채 안되게 걸으면 곧바로 현대적인 역사가 등장한다. 전 릴 시장 피에르 모로와 Pierre Mauroy 임기 중인 1994년에 완공된 이 역은 '유럽의 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떼제베와 위고 말고도 유로스타 Eurostar, 탈리스 Thalys 등 국제선 라인의 시정차역이다. 역사와 연결되어 있는 해당 지하철 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유럽의 다양한 경치를 2300 m2 너비의 벽면에 담은 장 파투 Jean Pattou 의 설치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붕 밑이 휑하게 뚫려 있어서 겨울에는 매우 춥다.


릴의 지하철

노선이 두 개 밖에 없는 릴의 지하철은 이용하기에 크게 어렵진 않다. 동-서 x축을 담당하며 로스Loos와 빌뇌브 다스크Villeneuve-d'Ascq를 잇는 1호선은 노란색, 롬 Lomme과 뚜르꼬앙 Tourcoing을 잇는 y축의 2호선은 붉은색이다. 두 노선이 향하는 곳이 상이하니, 환승역인 릴 플랑드르 역이나 포르트 데 포스트 Porte des Postes 역에서는 지하철을 갈아타실 때 노선 색에 주의하셔야 한다.

지하철 역에서 구입 가능한 교통카드는 1회권이 1.8유로로, 소정의 카드 값이 따로 붙는다. 태그한 후 한 시간 내에 공용 자전거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은 환승과 관계없이 무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다만 무료 환승 시스템이 있더라도 승차할 때 마다 카드를 태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동하는 거리가 세 정거장 이하라면 ZAP이라는 1.15유로짜리 티켓을 사는 것을 추천하며, 저녁 일곱시 이후로 무한으로 이용가능한 패스나 1일, 2일 부터 해서 7일 패스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여행 계획에 맞춰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에서 보면 진보라색 태그기가 있는데.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로 교통카드를 대신 태그할 수 있다. 


릴 지하철의 특이점은 2분 간격으로 전차가 온다는 것과 지하철 차체가 아주 작다는 것이다. 1983년 개통식을 했을 때, 이 지하철은 세계 최초로 자동화된 지하철 모델이었다. 릴 대학에서 개발한 VAL (Véhicule automatique léger) 시스템이 이후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었다. 첫 시도였던 만큼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해, 운행을 원할하게 하만들기 위해서 무게를 줄였다고 한다. 잔 고장이 잦아 자주 멈추기 때문에, 중요한 약속이 있으시다면 십 분 정도는 일찍 나오셔서 미연의 사고를 예방하시길 바란다.


버스

지하철이 굵게 주요 포인트를 찍는 역할이라면, 광역시의 전체 구석구석을 아우르는 교통수단은 단연 버스이다. 아주 작은 구도심용 버스부터 BRT까지 다양한 버스가 존재한다. 한국의 대부분의 버스와는 달리 하차 태그는 없어 승차시 한 번만 태그하면 된다.

이곳 주민이 아닌 이상 복잡한 버스 노선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릴 메트로폴리스의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Ilévia의 앱을 다운로드 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구글 맵이 지하철 노선 찾기는 정확하나 버스 노선의 데이터 베이스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발점과 도착점을 넣으시면 단거리 노선을 알려준다.


옛 트램웨이 차체

트람웨이 (트램웨이)

지하철이 생기기 이전, 릴에는 1874년부터 트램웨이 노선이 이미 정착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말이 끄는 형식의 트람웨이 이포모빌 Tramway hippomobile이었지만, 1902년부터 노선이 전철화가 됐다. 한때 릴 중심부까지 오가던 트램은 버스 노선의 발달로 인해 1966년부터 차츰 자취를 감췄고, 이제는 루베 Roubaix 방향과 뚜르꼬앙 Tourcoing 방향 두 노선밖에 남지 않았다. 현대의 트램은 아주 빠르진 않지만 창 밖을 구경하며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차역에서는 꼭 문에 달린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 승하차하실 수 있다. 카드 태그 장치는 정차역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승차하기 전에 꼭 카드를 찍고 타시길. 최근 검표원이 자주 검문을 하니 더욱 조심하시길 바란다.


베릴 V'Lille

한국에서도 이제 활성화된 시민 공용 자전거가 릴에도 있다. 자전거를 뜻하는 프랑스어 벨로 vélo와 릴 Lille을 합친 베릴은 인터넷이나 자전거 정거장 내의 키오스크에서 패스를 구매하면 이용할 수 있으며, 14세 이상만 구매 가능하다. 도시 곳곳에 정거장이 있어 편리하다. 릴의 자전거 도로는 파리처럼 잘 되어 있는 편은 아니나, 거의 모든 주요 도로에는 정비가 되어 있다. 참고로 릴 구도심은 바닥이 돌바닥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실 때 조심하셔야 한다.


지하철, 버스, 트램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면서 박물관도 들리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릴 관광안내센터에서 시티 패스 City Pass를 판매하고 있다. 이 패스를 어떻게 구매해서 어디에 쓸 수 있을까? 그 방법을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아비앙또 A bientôt (곧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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