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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Jul 20. 2024

스물여섯 번째 : 도제식 교육(徒弟式敎育)을 받는 기분

해보라고 하시는데 그렇다고 강요를 당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출처 : https://www.google.com/amp/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Amp.html%3fidxno=8353


제 전공은 건축이 아닙니다. 대학교 다닐 때 교양과목 2과목을 수강한 게 전부 다인데요.


집에 대한 신축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2번째입니다. 다행히 외삼촌이 나름 우리나라에서 동종업계에서는 알아주신다는 건축가이셔서 저번에 집을 지을 때도 지어주셨는데 이번에도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첫 번째 신축에서는 모양이라고 해야 할지 건물의 형태 그리고 방향은 아버지가 다 정하셨고, 그래서 주변에 다른 집이 유지보수에 골머리를 앓을 때, 아버지가 기하학적으로 형태에 적절한 변형을 주신 것 때문에 풍화나 손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외삼촌이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아버지의 전공지식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냥 아버지가 좀 많이 스마트하셨던 것 같아요.


이번 2번째 시도에서는 외삼촌이 저에게 '수제자'라고 생각하고 시키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나이가 이제는 드셔서 저보고 마지막 제자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외삼촌이 시키신 대로 처음 지었던 집의 도면과 시방서를 읽어보고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들 그리고 건축박람회를 다니면서 도면 수집과 소재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일반인이 보기에 어떨까 제일 친한 선배에게 여쭈어보니......

뭔가 불편할 것 같고, 그냥 전문가한테 맡겨.


라고 하셨어요.


요즘은 아침마다 외삼촌과 통화를 하기 때문에 이유를 여쭈어봤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너무 물리학하고 수학에 집착한 나머지 건물의 무게 중심과 형태가 자유롭지 않고, 공간배치가 한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배치가 아니라 네가 예전에 [국가명(예전에 Calm이 살았던 해외국가)]가옥에 가까워서 개방감이 떨어져서 그래.
그런 거니까 한번 더 해봐.
잘하고 있어.
너네 아버지도 하는데 너도 잘하네.
머리 더 짜봐.
아마 [이름(우리 어머니)] 같았으면 그냥 세모 네모만 그렸을건데, 넌 그래도 아버지 닮아서 그렇진 않네.

외삼촌도 제가 전에 살았던 나라에서 유학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왜 이렇게 그렸는지 알겠다고, 계속 응원만 하시더군요.


그런데 여기에서 느꼈어요.

우리 외가가 전부 다 이렇구나.


왜냐하면 항상 욕이나 책망을 하기보다도 무조건 독려하고,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가 있는데 핏줄이 무섭구나 하는 것도 느꼈습니다.


우선 오히려 선배의 조언이 좀 약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오늘은 조금 속이 시원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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