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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ug 28. 2024

예순다섯 번째 : 결혼에 관한 부모자식 간의 이야기

우리 부모님의 case부터 최근의 나의 case까지 살펴보기

출처 : Pixabay


제 나이가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워낙 정말 시집살이에 대해서는 지옥과도 같은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으셔서 그런지 어머니는 솔직히 이렇게 정리해서 말씀하세요.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데, 연애는 하고 사는 게 낫지 않겠니?


그러면 항상 어머니한테 제가 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어떤 미친 사람이 나 같은 사람하고 만날까?
어디 정말 노벨평화상이나 받을 만한 사람이나 만나려고 하겠지.


그러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키도 180이 넘게, 좀 발이 300이 넘어서 신발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는 똑바로 낳아놨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너무 신체조건을 이용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최근에 체중도 줄어서 나름 괜찮아.
그리고 이상하게 옷 입고 다니고 하면서 엄마 이상하게 만들지 마라.


또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내가 엄마 자식이니까 엄마 눈에는 괜찮게 보이는 거고,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말하면 엄마 미쳤다고 할걸?
그리고 제발 무슨밖에 가서 "나는 똑바로 낳아놨는데, 지가 이상하게 하고 다니는걸 내가 어떻게 하냐?" 이런 말 좀 하지 마.
+
(웃음)


가끔 직장 동기들이나 만나시고 하면 이야기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아직은 미혼이연애를 해본 적은 있습니다만...... 연애사가 조금 특이해서 구체적으로 적으면 제 신원이 발각될 위험이 있어서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하여튼, 제가 이성에게 처음 고백을 한 것도 순수하게 고백을 한 게 아니었어요.


당시에 저랑 제일 친했던 선배님은 그냥 좀 떨떠름하게 하지 말아라는 아니지만, "일단 하고 난 다음 보자." 이런 말씀을 주셨었고, 여자 동기 하나하고 남자 동기 하나는 저한테 이성을 고백하기 전날 저녁에 전화가 오기도 하고, 여자 동기의 경우에는 저보고 미쳤냐고 하더군요.


사실 그 문제 때문에 대학생활이 꼬이기도 하고 그래서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여자분이 나중에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그 남자친구가 조교로 제 수업에 들어오게 되고, 학점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크게 다툼이 있었고, 그 담당 교수하고도 상황이 너무 안 좋아져서 제 지도교수님이 개입하는 상황까지 생겼거든요.


좋아하지도 않는데 필요에 의해서 고백을 해서 만나보려고 했던 저의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인해서 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다행히 저한테 만나자고 하는 여성분이 생겼고, 꽤 오래 만나면서 제가 말한 건 아닌데 저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그 여성분이 너무 화가 나서 사람이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은 모두 동원해서 남자친구를 이용해서 저를 골탕먹인 그 여자에게 온갖 보복을 다 하는 바람에 좀 일이 컸었습니다.


당시에 만나던 여성분이 '이건 아니다' 싶으면 그냥 주변을 다 쓸어버리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끔가다가 제가 자제를 시켜줘야 할 정도이기는 했는데, 항상 당시 사귀던 분의 생각이 올바른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생각만 하지 행동으로 다 옮기고 살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라는 말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여튼 그러고 나서 조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부모님이 종용을 하셨어요.

남의 집 귀한 딸 인생 꼬이게 하지 말고, 빨리 놔줘라.


아주 심플하면서도 맞는 말이었어요.


헤어진 다음에 당시에는 제가 연락하는 교수님들이 많았기 때문에 수술하기 전에 연락이 닿은 교수님들마다 그분의 안부를 물어서 이야기했다가 저한테 '실수하는 것 같은데?' 하시는 교수님도 있으셨고, '아직 젊은데 왜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까?'라고 하시는 교수님도 있으셨고, 저와 우리 가족을 다 아는 교수님은 '아마 부모님도 너도 책임감과 남한테 피해 주면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나만 잠깐 마음 아프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다 맞는 말이었어요.


그러고서는 정말 친한 누나가 이야기하신 것처럼, 전부 다 이상한 사람들만 빙빙 돌다가 지금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냥 몇 마디로 정리하면 이런 분들이었습니다.

성격파탄자 or 나르시시스트 or 기승전'돈' or 자기보다는 '친구'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생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선택적 마마보이


사실 부모님은 제 연애사를 다는 모르시고, 알려고 하지도 않으세요. 그냥 누구를 만나는지 정도 알고 싶어 하시지 항상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만 하실 뿐입니다.


그리고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세요.

내가 살면서 외할머니 말을 딱 하나 안 들은 게 너네 아빠하고 결혼한 건데, 막상 나는 아빠랑은 그다지 크게 힘들지 않았어.
결혼한 다음에도 외할머니가 이혼하라고 했었거든.
너네 시집 이상하다고.

재산 가지고 법정에서 싸우기 전부터 알았지만, 너네 아빠네 가족들이 대부분 잘나신 선생들이라 내 직업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싫었지.

그런데 돈은 내가 훨씬 더 많이 버는데, 밖에서는 그 누구도 말을 안 하는데 꼭 너네 할머니 할아버지네만 가면 나는 완전 무슨 옛날로 보면 '천민'취급을 받으니 정말 미치겠더라.


그리고 사실 아버지랑 어머니랑 결혼한 이유도 조금 독특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네 아빠가 6년을 나를 쫓아다니는데, 이게 요즘 같이 스토킹이 아니고, 너도 알지만 엄마가 일을 하거나 하면 멀티가 안되잖아.

그러면 엄마 좋아하는 커피 한잔 타다 주고, 그리고 공부하다가 아팠을 때 업고 병원까지 뛰어가주고, 하여튼 항상 좀 옆에 있었던 것 같아.

옷은 이상한데 외모는 또 괜찮고, 좀 마르고 그래서 엄마는 좋았어.

당시에 선자리도 들어오고 하는데, 뭔가 너네 아빠랑 결혼 안 해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양심이라고 해야 하나?

아빠도 이야기하잖아.
내가 자기하고 결혼해 준 거라고, 불쌍해서.


제가 태어나기도 전 일이기도 하고, 워낙 아버지 가족들이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해서 그쪽으로만 생각을 해서 그런지 별로 부모님 연애사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오늘도 부모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시더군요.

무조건 Calm(가명)이 행복한 쪽으로.
그런데 누구라도 좀 만나는 봐라.


그런데 제가 부모님한테 차마 말씀을 못 드린 게 있는데......

엄마아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얼굴이나 전체적으로 상태도 안 좋은 데다가 밖에 가면 꼬장꼬장하다고 하는데 누구를 만날까요?
+
(속으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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