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잘 보던 못 보던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일
시험을 잘 보던 못 보던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제 주치의가 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지금 현재 암에 걸린 건 아니지만, 다학제진료 형태로 진료를 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지금 이러고 있다는 것은 제가 앓고 있는 병들이 섬처럼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아마도 얽혀있어서 그럴 겁니다.
맨 처음에 제 주치의를 해주셨던 의사 선생님과는 오래전에 공부 따위는 접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약속을 못 지키고 있네요.
주치의가 아버지 후배로 바뀌고, 다른 질환 봐주시는 분들도 부모님 지인들로 바뀌면서 저도 포기하겠다는 말만 했지, 계속 책을 보고 있더군요.
제가 인간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증서나 여타 다른 수단들이 있어야 하는데, 통과의례처럼 중간중간에 필요한 것들이 모자라서 지금 혼자 끙끙 앓고 있습니다.
해도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오래되었는데 왜 계속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일 저녁에 시험이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신경주사를 아침에 맞고 좀 쉬었다가 시험을 보라고 하시더군요.
고민 중입니다.
저는 솔직히 시험을 보다가 아프면 참고 마무리할 자신이 있거든요. 그런데 아픈 게 성적에 영향을 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의사 선생님처럼 통증을 다스려야 하고 그런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살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냥 남동생이나 형이 있었으면 앞에서 머리 박고 울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계속 꼬여가는 소용돌이에 더 이상 내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저도 의문이거든요.
하여튼 내일은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