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m Nov 30. 2024

1년 정기예금 이자가 나오는 날

내가 뭐라고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막아서는 건지......

출처 : https://depositphotos.com/illustrations/deposit.html


건축도면을 받는 문제가 너무 커서, 부모님이랑 저랑 전부 휴대폰 알림을 수신거부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시간이 되어서 계좌에 잔액조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날짜로 이자가 들어왔더군요.


매일 점심시간에는 어머니랑 만나서 같은 메뉴의 점심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가 오늘 맛있는 걸 먹자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냥 제가 먹으러 가면 되는데, 조금만 참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지막 하나, 상세도면 나오는 것만 보고 맛있는 거 드십시다.


지금 먹다가는 그냥 소화불량에 병원에 갈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어요.


어머니도 알았다고 하시는데, 서운한 기색이 아니셨어요. 오히려 지금 그럴 정신이 아닌데, 이자 많이 들어온 거 보고 본인이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정기예금 이자를 받는 날이니까, 어머니가 우선 전문가이시기 때문에 정기예금에 대한 부분들 그리고 국가 금융정책의 그릇된 방향성과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해서 말씀해 주셔서 그냥 머릿속에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점심때 그냥 간단히 먹고 나서, 도대체 제가 어머니한테 무슨 행동을 한 건지 후회가 많이 되더군요.

도대체 내가 뭔데 돈을 못쓰게 만든 거지?


집에 오면서 드는 그 죄책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친한 누나가 저한테
차라리 주인의식을 가지고 관리를 하라고 하셨지만,
아직은 그렇게 할 용기도 안 나고,
그리고 불가침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금단의 영역이라고 할까요?


저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사고 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예 그런 기회 자체를 차단해버리고 싶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냥 자기 최면과 더불어 계속 머릿속에서 안된다고 안된다고 반복주입을 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오늘은 맛있는 거 그냥 드시게 하면 되는데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되는 그런 상황에 너무 죄송스러움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