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를 읽고
58세의 평범한 주부 스미코는 친구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상중엽서를 받고 부럽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남편은 자신을 하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스미코는 남편과 같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싫다 느낀다. 작은 시골동네에서 살기에 자신이 이혼을 하면 주변에서 모두 수군거릴까 봐 걱정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제력이다. 파트타임일을 하기는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싫어도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여 친구와 만나면 이혼하고 싶다는 말만 밥 먹듯 늘어놓다 헤어진다. 하지만 먼저 이혼한 친구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고, 혼자 살 경우 생활비를 계산해 보고, 집을 구하기 힘들면 엄마네 집에 들어가는 방법도 고려하며 이혼에 이른다.
이 책은 이혼이라는 사건을 통해 주인공 스미코의 감정변화가 잘 묘사되어 있다. 많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이혼한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남편이나 시어머니에게 할 말 다 하는 성격 있고 똑 부러진 성경의 여자로 묘사되곤 한다. (나만 그렇게 느낄지도..) 하지만, 이 책은 보통의 주부, 어쩌면 보통보다는 조금 더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한 여자가 이혼에 다다르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스미코는 감정이 계속해서 변한다. 아침에는 이혼을 결심했다가 저녁에는 괜한 짓하는 거 아닌가 하며 자신의 결심을 반박한다. 거기다 너무 오랜 시간 시골동네에서만 살았던 스미코는 50킬로 떨어진 옆동네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기 위한 것도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스미코는 변호사 사무실을 혼자 잘 갔다 오며 용기가 생겨 조금씩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나간다. 스미코 자신도 초등학생도 할만한 일을 혼자 해내고 뿌듯해하는 자신을 어이없어하다가도 자신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이혼 후에는 남들의 수군거림에 신경을 안 쓰기도 하고, 자신이 먼저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방법을 찾는다. 사실은 결혼 전의 자신의 모습을 찾은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모습을 다시 찾는데 30년이라는 기간이 걸렸지만, 더 마음에 드는 자신의 모습을 스미코는 다시 찾아간다.
내 옆에 있는 누군가와 닮아서 아니면 나의 모습 같아서 푹 빠져서 읽었다. 결혼과 함께 남녀가 얼마나 평등하지 않은지 알게 된다. 결혼 전에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결혼을 하면 갑자기 여성은 자신의 지위가 훅하고 낮아진다. 어떨 때는 누군가가 시켜서 어떨 때는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 스스로 지위를 낮춰버린다. 여성이 양보하고 여러 선택에서 자신이 포기하는 일은 허다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이상적이라고 사회는 바라본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가부장적인 사회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거기다 나의 엄마아빠 시대이니 지금의 한국과만 비교해 봐도 강도는 더 심했을 것이다. 예전과는 말도 못 하게 남녀가 평등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는 가부장제는 결혼한 여자들을 비껴가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하고, 남편한테 30년 동안 자신의 요구를 당당하게 주장하지도 못했던 한 여성이,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이 소설은, 꼭 특별하고, 당당한,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여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린 모두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