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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권리요구 vs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 직원

언제쯤 나는 언성을 높이지 않고 컴플레인을 할 수 있을까?

by 나비야날자

잠에서 깨자마자 어제 일어났던 일을 머리에서 자동 반복 재생했다. 왜 꼭 기분이 안 좋았던 일들은 머리에서 좀 더 쉽게 반복재생하는 것일까? 뇌 과학 관련 책을 읽었을 때, 오랜 기간 진화를 통한 생존방식이라는 것을 읽었던 것이 문득 떠오른다. 요즘은 부정적인 기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며 지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면 의식하며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리려고 하는데, 한번 사로잡힌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새벽 2시, 계속 누워있으면 머리에선 어제의 일을 반복 재생할 것이 뻔한 걸 알기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면서 떨쳐버리고자 몸을 일으켜서 침대밖으로 나왔다.


어제 나는 내가 2주 전에 이사 온 아파트 직원에게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우리 가족은 먼 타주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서, 집을 결정할 때 집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영상통화로 집을 간단히 보고 구글과 구글맵에서 여러 정보를 취합한 후 계약을 해야만 했다.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계약한 적이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계약을 하고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


사실 이 집으로 이사 오고 나는 많은 부분들이 만족스러웠다. 집도 깔끔한 편이었고, 동네도 좋았고, 아들 학교도 좋았고, 대체적으로 만족을 하면서 첫 주를 보냈었다. 그런데 이 집을 계약할 당시에 비어있던 집이었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비어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꽤나 오랜 기간 비어있던 집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첫 주가 지나면서 하나 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고쳐야 할 부분들을 취합해서 수리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주에 되어서야 히터가 여태껏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겨울에 히터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몰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거실은 23도 정도의 온도가 계속 유지가 되었었고, 방들이 추워서, 그저 외풍이 심한 집이라는 생각만 하고, 커튼을 구매해서 달아보고, 그래도 춥기에 다른 방법들을 찾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사람을 불러서 체크해 보다가 알게 된 것이었다. 알게 된 날이 금요일이어서, 부품을 구해야 하는데 주말이 껴서 결국 주말 동안 히터 없이 며칠을 더 보내야만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요일엔 태풍이 온다는 예보도 있었다.


마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는데 연락이 없기에 연락해서 물어보니 오후가 되어서 수리하러 사람이 왔다. 그리고는 벽을 뚫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오후에 시작한 공사는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끝이 났고, 다음날로 넘어가고 말았다. 다행히 화요일엔 오전부터 와서 공사를 시작해서 오후가 되어서 거의 마무리가 되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아들 픽업시간이 다가와서 거의 다 되어가는지를 물었다. 고치던 사람들은 다 끝났다고 말하면서 히터가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고는 벽을 살짝 막고 마무리를 하였다. 히터 나오는 구멍에 손을 대며 확인해 보았을 때 바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 켜서 그렇다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했고, 나는 아들을 데리러 나가야 해서 모두가 함께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아들을 픽업하고 집에 다시 들어가서 집의 온도를 확인해 보았을 때 집의 온도는 그대로였고, 히터구멍에서 바람은 나오는데 찬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오히려 더 추운 느낌이 들어서 히터를 꺼보았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히터는 꺼지지도 않았고, 찬바람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4시 정도였고, 나는 다시 고치던 테크니션에게 연락해서 안 된다고 말하려고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서 메시지를 남기고 아파트 오피스로 전화를 걸어서 이 상황을 리포트했다. 오피스에서는 사람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아까 왔던 기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내겠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4시 55분쯤에 아까 왔던 기술자가 오더니 어디가 잘못된 건지 알겠다면서 다시 고치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고쳐주겠구나 생각하면서 내 할 일을 하는데 오피스에서 전화가 왔고, 오피스 직원은 5시에 일을 마쳐야 하는데 지금 내가 이 시간에 불러서 오늘일은 마무리하고 내일 사람이 다시 와야 한다는 거였다. 아까 내가 나가야 해서 공사를 중간에 멈춘 것이기 때문에 내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내 목소리는 점점 언성이 높아졌다.


지금 2주간 히터가 없이 살았는데, 여태껏 컴플레인 한마디 없이 참고 기다렸는데, 오늘 하루를 더 기다리라는 것이냐?라는 말에 네가 중간에 나가야 해서 멈춘 거잖아라는 말로 직원은 맞받아쳤고, 아까 여기서 공사 다 끝났다고 해서 다 같이 나온 거고, 집에 다시 오니 안 돼서 다시 사람을 부른 거다라고 나는 대답하며 대화를 계속 오고 갔고, 내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말았다. 오피스 직원은 ma'am why are you yelling to me?라는 말만 되풀이하였고, 심지어 우리에게 추우니 잠시 사용하라고 준 휴대용 히터가 있지 않냐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 휴대용 히터도 한 개로는 택도 없을 뿐만 아니라 profane gas를 이용하는 히터를 줬었다. 가스냄새가 좀 나기에 사용하면서도 좀 이상하다 생각을 했는데, 남편이 검색해 보더니 이건 실내에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을 그 전날 들었다.) 그래서 나는 너네가 제공한 히터는 profane gas 아니냐 하니까 ma'am 그건 실내에서 쓰면 안 되는 거야,라는 어이없는 말을 날려서, 너네가 줬잖아!! 라며 더 흥분해서 받아치니, 너를 let it go 하게 하겠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와 나 어이가 없어서!! 라며 흥분한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지만, 쉬이 가라앉지 않는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더 이상 나 이거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바로 와도 1시간 반은 넘게 걸리는 상황이었다. 결국 5시는 이미 넘은 상태였으니, 우리 집에 온 기술자들에게 너네 나 때문에 over work 하는 거면 내일해도 된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자기가 기술직 매니저고 내가 지금 문제를 알기 때문에 금방 고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6시 전에 더운 바람은 나오는 상태까지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껴고 끄는 건 조절이 안되어서 전원을 꽂고 뽑는 방법으로만 조절이 되어서 내일 다시 그 부분을 처리하기로 했다.


직원과 기술자 그리고 나 사이에 뭐가 어떻게 miscommunication 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이 안 좋아진 기분은 정말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찍 잠을 청했지만, 새벽에 결국 깨서 이 상황을 반복재생했고 (난 또 여기에 글로 적었으니 한번 더 반복재생), 찬찬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그 오피스 직원도 자기 일을 한 것뿐이지. 나도 나의 권리를 요구한 거고. 어느 것이 우선일까? 겨울에 히터가 없는 건 emergency 상황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실내가 몇 도 이상 유지가 되지 않으면 안 되어서 히터가 고장 나면 emergency로 요청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의 이 요구는 다른 사람을 overwork 하게 만드는 악덕 요청이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사실 나로서는 이 일이 어제 일어난 일이라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보긴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서술한 저 일련의 과정들도 결국은 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상황일 뿐이고. 어쨌든 자기 할 일을 한 직원에게 언성을 높인 건 내 잘못인 건 맞다. 더 차분하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번 흥분한 마음은 가라앉히기가 힘들었다. 그 직원이 나에게 ma'am why are you yelling to me?라고 했을 때 잠시 심호흡하고 목소리를 낮췄지만, profane gas에서 다시 솟구친 나의 언성은 다시 내려올 생각도, 언성을 낮출 시도를 하겠다는 내 의지도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


언제쯤 나는 언성을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컴플레인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닐 때 차분할 수 있겠지? 그럼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나는 나의 어떤 부분을 더 채워야 하는 걸까?

1. 재정력? 새집이었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까? 수리비용을 2배로 지불하겠다 하면 (사실 이것도 아파트 책임이라 비용은 모두 아파트가 내야 한다) overwork 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있었겠지? 결국 재정의 문제인 건가?

2. 사람 심리파악? 대인관계요령부족? 사람의 심리를 혹은 대인관계스킬이 부족해서 이렇게 미숙하게 일처리를 한 걸까?


이미 일어난 일 다시 없앨 수 도 없고, 나는 여기서 뭘 배울 수 있는지만 생각해야겠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 보자. 다음번엔 더 성숙하게 일처리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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