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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작이 가져온 변화

명확한 목표가 없어도 괜찮아

by 나비야날자

연말이 다가오니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올해 어떻게 보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사실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직업적으로 성취하고자 했던 목표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올해 이루지 못했다. 내년으로 다시 넘어가게 되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열심히 안 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 그것도 아닌데, 그래도 부족했던 건가?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닌다. 못 이룬 부분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면 나는 올해를 잘 보냈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올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말 작고 우연한 시작들이었는데, 그 작고 우연한 것들이 다른 것들을 끌어당기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채웠고, 절대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했었고, 그 생각들에 빠져서 심장이 쿵쾅거릴 때까지 그 생각에 빠져있기도 했었다. 지금도 안 좋은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1년 전과 다른 점은 알아차린 다는 것이다. '어! 내가 또 안 좋은 생각을 하네'라고 인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안 좋은 생각들을 끝낼 수가 있었다. 물론 내 인식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인식은 하지만, 그 생각들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할 때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생각을 했다.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이런 질문이 생기고 나면,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내곤 했다. 그리고 그런 답들은 나를 더 이상 그 생각에 갇혀있지 않게 만들어줬다. 한 예로 얼마 전에 내가 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해내지를 못했었다. '내가 그렇지 뭐! 또 그럴 줄 알았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식해서 멈추고 싶었지만, 멈추지를 못했다. 그날은 그 생각을 멈추고 싶지도 않아서 자기 비하, 비난 파티를 신나게 했다. 그렇게 신나게 하고 나자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따라서 나온 생각은 '쉬우니까'였다. 좀 놀라웠다. 내가 혼자 이런 질문과 답을 하는 것 자체도 신기했고, 그 답이 너무 맞는 말이어서 더 놀라웠다. 그냥 남 탓을 해버리거나, '나는 원래 그런 놈이야' 이러고 말면 더 이상 나는 할 일이 없어진다. 더 이상 나를 바꿀 필요도 없고, 더 이상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 일에 책임감을 지지 않고, '나는 원래 그러니까 어쩔 수 없지 뭐'라는 말로 더 이상 나아가는 걸 멈추고 될 대로 하겠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질문과 대답을 찾자 다른 질문이 하나 더 따라 나왔다. '그럼 뭘 해야 하지?' 몇 달 전에 유튜브에서 김민식 PD님이 했던 말이었다. 본인은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했던 말을 내가 하고 있었다. 그때 유튜브를 들으면서 그래 저거야!! 했었는데 이렇게 써먹게 되는 날이 오는구나 했다.


작은 시작들이었다. 책을 읽었고, 생각을 정리했고, 글로 남겼다. 한꺼번에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일단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읽고 그냥 잊히지 않길 바라게 되었고, 잊지 않으려니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로 남기려니 생각을 정리해야 했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정리하다 보니, 내 생각도 조금씩 정리를 하게 되었다.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궁금해졌고, 그렇게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파장이었는데, 점점 그 크기가 커져간다. 물론 요즘도 답답하고 왜 이렇게 안 되는 일 투성이야라는 생각들이 머리를 덮쳐올 때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 변화들을 이미 인식했고,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이 이제는 더 이상 세력을 키워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은 분명히 성취의 부분에서 필요한 부분이고, 나를 그 길로 이끄는 충분한 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큰 목표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해보고 싶고,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궁금해서 무작정 시작해 보는 것도 내가 원하는 삶을 찾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정확한 목표는 없더라도 해보고 싶어서 그냥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안에서 원하는 바를 찾게 되기도 하고, 분명한 목표가 생기기도 한다. 작은 시작이면 충분하다. 그 시작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지만, 분명 어딘가로 데려갈 것이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할 것이다 (의미 있게 해석을 하는 것은 나의 몫이긴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게 된다. 작은 시작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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