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과 기대감을 내려놓자
일주일째 새벽에 잠이 깼다. 더 자고 싶은데 한번 달아나버린 잠은 좀처럼 다시 청하기가 어렵다.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 본다. 뭐가 걱정이기에 잠을 며칠째 계속 못 자는 것일까? 분명 내 마음은 편하다고 느끼는데, 그게 아닌 건가? 몸을 뒤척이며 계속 생각해 보지만, 답을 못 찾고, 몸을 일으켜 이불밖으로 나온다.
나에겐 조만간 두 가지의 큰 변화가 있다. 한 가지는 이사를 가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이직을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큰 변화다. 부담이 생기고,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중간중간 계속 비집고 나오기도 하지만, 적절한 대답으로 금방 그 걱정들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사 가기로 한 지역이 생각보다 별로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새로운 곳이니, 내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겠지, 그래도 좋은 동네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새로 시작하기로 한일을 내가 잘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처음에는 당연히 익숙해지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테지만, 지금까지 하던 일과 그렇게 다르지 않으니 괜찮을 거야.
하던 일을 조금 더 하다가 바꿀걸 그랬나?라는 생각은 어차피 한번 이직하려고 했었는데, 지금이 좋은 타이밍이었어.
하지만, 계속해서 새벽에 깨는 것은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다.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나?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들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의식적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걱정이나 부담감을 느끼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부담감'을 갖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양 보다 더 많은 일이 나에게 부여가 될 때도, 내가 그 일을 잘하고 싶다고 느낄 때도 '부담감'을 느낀다. 거기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들은 '걱정'을 만들어내곤 한다. 누구든 어떤 일을 할 때 '잘'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특히 더 그렇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내가 '잘' 못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옮겨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보다 더 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잘' 하면 당연히 좋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그 이상 하려고 하면 부담은 점점 커지고 걱정도 함께 커지고 말 것이다.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될 때,
이대로 괜찮은 건지 초조할 때,
아무리 애써봐도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때,
기대를 내려놓으세요.
세상에 대한,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기분의 디자인 - 아키타 미치오
부담감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부담감과 기대감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다 보면, 그 이상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더' 잘하면 좋겠지만,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최선을 다 해서 하자. 이 말이 오늘 나에게 부담감에서 시작한 걱정을 내려놓게 만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