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았다
올해 나는 '자기 계발의 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나를 바꿔보고자 열심히 살았다. 그 덕에 독서라는 취미도, 글쓰기라는 취미도 생겼고, 바깥으로만 향해있던 시선을 안으로 가지고 올 수도 있었다. 나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나를 알고자 열심히 탐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모르겠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인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재미를 느끼는지, 혹은 행복한지, 아직도 모르겠다. 뭐든 애매하고 적당하게 (잘) 한다. 그래서 애매하고 적당한 거 말고 확실한 무언가를 좀 찾고 싶었는데, 나라는 사람은 그런 확실한 걸 찾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는 다 곧잘 배우고 잘하는데, 그 이상 가기가 참 어렵다.
'좋아하는 일'을 생각하고, 나의 이 '적당한 능력'을 생각하다 보면 내 노력이 부족했는지, 내가 덜 한건 아닌지, 뭔가를 더 해야 하는 건 아닌지와 같이 끝도 없이 반복되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사실 더 노력을 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적당함'에 머물러 있고 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 답이 없는 질문이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먹고사는 게 전혀 걱정이 없는 세상이라면, 돈이라는 걸 벌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면, 나는 무엇을 했을까?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한 가지의 어떤 것을 열심히 했을까? 그리고 내가 집중한 그 한 가지의 일이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고, 그냥 나만 소비하는 그러한 일이라면 내가 그 일을 즐겁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요'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사회라면, (사실 그런 사회에선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그냥 한량처럼 지냈을 것 같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놀고 싶으면 놀고, 뭔가 한 가지에 집중해서 하는 일 따윈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나중에 정 심심해서 뭐라도 집중할 거리를 찾는다면, 여러 가지를 '적당히' 재미있을 때까지 하다가 다른 새로운 걸로 넘어가지 끝까지 파고들지는 않을 것 같다.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이 시기에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이루고자 했던 일들을 아직 다 못 이뤄서 그런지 사실 기운이 빠진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고, 어떤 일들은 훨씬 긴 기간을 해왔다. 내 의도대로 살아가고자 했는데, 어째 그저 흘러가던 대로 살던 때보다 이룬 게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칠 춘기가 온 건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래서 올해가 얼마 남지도 않은 이 시간만큼은 좀 힘 빼고 지내보련다. 힘 빼고, 맘 편하게 내가 잘한 일들 다독여주면서, 너무 걱정하지 않고, 너무 자책하지 않으면서 지내보련다. 그렇게 또 충분히 쉬고 나면 다시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인생 이런가 보다. 스무 살 땐 서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서른이 되면 뭐든 다 갖춰서 있을 줄 알았기에.. 서른 엔 마흔이면 다 갖춰져 있으려나 했는데.. 이런 된장! 이 나이에 뭔가를 이루고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다. 훨씬 어린 나이에 이룬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가며 우리에게 메시지 한다. 너네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라고, 그럼 나처럼 될 수 있어라고.. 물론 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근데 나도 많이 열심히 했다. 그래서 잠시 내려놓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