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참 힘이 되는 말
사람은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변화를 반기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하던 일을 고수하기도 한다. 나는 어떤 부분에서 내가 변화를 반기고 어떤 부분에서 싫어하는지 들여다보지 못하고 살다가 최근에 내가 변화를 참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부분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나는 10년 전에 미국으로 왔다.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 위해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며, 이민가방 하나와 트렁크 두 개에 짐을 다 넣어서 미국으로 왔었다. 그것만 봐도, 내가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걸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나이가 들고 예전처럼 용기가 줄어든 건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을 때 나도 모르게 너무 큰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아왔었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모르고 지냈던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요즘은 새로운 걸 도전하기가 쉽지가 않고, 특히 새로운 곳에 가서 사는 게 힘들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고, 우리(나와 남편)처럼 고향이 미국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새로운 직업을 구할 때, 지역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지원을 하게 된다. 미국인들의 경우엔 고향과 가까운 곳에 부모님이 사시는 지역과 가까운 지역에 직업을 구하려고 하는 걸 많이 봤었다. 다음 직업을 구할 때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엔 그 자리가 나에게 더 좋은 자리인지를 보지, 꼭 이 지역에 살아야 한다는 곳이 없기 때문에 지역에 상관없이 직업을 구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 3000km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기도 했다. 처음 그렇게 이사를 했을 때,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적응이 되지를 않았다. 인종분포도 달랐고, 날씨는 당연하고, 예전 살던 동네와 시차도 달랐다. 같은 나라안에서 이사였지만, 운전면허증부터, 자동차 번호판, 자동차 보험까지 모두 바꿔야 해서 행정적 인일을 처리할 것도 많았다. 거기다 미국은 병원을 내가 아프다고 그냥 찾아갈 수가 없고(바로 갈 수 있는 곳은 응급실뿐), 미리 환자로 등록을 하고,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인기가 좋은 병원들은 새로운 환자를 안 받기도 하거나, waitlist에 이름을 올려두고, 자리가 나면 새로운 환자로 등록이 가능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는 너무 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미리 하고 있었고, State를 옮기는 이사에서는 같은 미국이니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에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낮아서 그랬던 것 같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사?를 갔을 때 보다, 미국 안에서 다른 주로의 이사가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었다.
조만간 나는 다시 한번 3000km의 이사를 강행한다. 그나마 예전에 살던 동네의 옆옆 주여서 예전에 살 때 자주 다녔던 곳이긴 해서 이전보다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잡아보지만, 문득문득 생각이 올라온다. 이사 가는 거 너무 싫다고.. 그럴 때마다 저 문장을 말한다. "괜찮아, 다 경험이야!", 그러고 나면 좀 마음이 편해진다. 시끄러운 머리를 좀 조용히 진정시킬 수 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거나,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데, 도전이 두렵거나, 걱정이 먼저 앞선다면, "괜찮아, 경험!"이라고 말해보자. 이런 짧은 한 문장들이 때로는 큰 힘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