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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증후군 아들의 일상 - 6편

작은애 드디어 학교에 가다

by 박종흠

취학통지서가 배달되어 일정상 더 이상은 어린이 집에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학교에 보내야 되는 시점이 왔다. 아이가 어린이 집에 다닐 때 비하면 학교에 다닐 때는 아내가 좀더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 해야만 되는 상황이다. 학교에까지 대려다 주어야 하고 또 방과 후에는 대리고 와야 한다. 어린이 집 차량이 집 앞까지 와서 태워 가고 대려다 주는 것에 비하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학생과 같이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일정이다. 학교에 가도 정상 학생들과 같이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특수반 이 있어서 그곳에서 생활을 많이 한다. 특수 교사가 특수반 아이들을 별도로 모아서 아이의 수준에 맞는 놀이나 학습활동을 한다고 했다. 어린이 집에서 학교 수업시간에 의자에 착석해 있는 교육을 많이 시켜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수업시간에 의자에 잘 앉아 있어서 학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음악 시간 등 교실 이동이 필요한 경우에도 음악책만 보여주면 음악 교실에 정확하게 찾아간다고 특수 교사가 칭찬을 해주었다.


그래도 일반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도 적지 않아서 주변 학생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때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은 반의 여자 아이들 3~4명이 우리 애를 지극정성으로 챙겨주기도 했다. 아침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학교 특수반 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우리 애를 손잡고 교실로 데려다 주고, 교실 이동이 필요할 경우에도 손잡고 같이 이동하고 해서 아주 친절하게 챙겼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그런 여학생을 좋아하고 잘 따라 주었다. 그래서 한해 동안은 우리 애가 아주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 애를 도와준 그 학생들의 예쁘고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느낌 이라고나 할까? 그 소식을 듣고 어찌나 고마운지 ~~ 역시나 세상은 친절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애는 붙임성도 좋아서 여자 선생님이 담임을 맡은 경우에는 우리 애가 먼저 다가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이동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여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세밀하게 챙겨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대부분의 장애아들은 식탐이 많다고 했다. 우리 애도 어릴 때는 그랬다. 집에서도 밥 1그릇을 먹고 나면 밥을 더 달라고 밥그릇을 내밀 때가 많았다. 그러면 밥은 아주 조금 1~2숟갈 만큼만 주었다. 그래도 만족하고 그것만 먹고 밥 먹기를 끝냈다. 2번째 밥을 먹을 때는 밥의 양 보다는 한번 더 먹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학교 선생님 에게도 우리애가 밥을 더 달라고 하면 아주 조금만 더 주면 된다고 알려 드렸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밥을 너무 많이 먹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작은애는 간단한 손짓에 의한 의사소통만 가능하니 말로 상황설명을 할 수가 없어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에 하지 않겠다고 버틸 때는 힘으로 제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성인의 나이가 되어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하여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여 문서에 지문을 날인 할 때도 그랬다. 방학 기간에 아들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오전 시간에 방문하여 지문날인을 하도록 했다. 무려 1시간가량 시간을 두고 어르고 달래서 지문을 날인 하도록 유도했으나 되지 않아서, 결국에는 장정 여러 명이 합세해서 애를 붙잡고 강제로 날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태어난 지 22년이 지났다. 이제는 특수학교의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다니고 있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잘 적응한다고 하고, 선생님 하고 소통도 그런대로 무난한 편이다. 가끔 학년 초 우리 애의 특성을 잘 모르는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어보시는 예는 있다. “어머니! 원철 학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해요.”라고 그러면 우리는 우리 애의 특성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곤 한다. “선생님! 우선 우리 애는 맨 마지막에 하도록 하시면 됩니다.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면 자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잘하게 됩니다”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눈치는 100단이고, 눈썰미 또한 건강한 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수준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고 난 뒤에 틀림없이 그대로 따라서 한다.


우리 애가 특수학교에 진학하여 다닐 때 에는 정리왕 이라고 했다. 다른 애들이 정리를 하지않고 있으면 그것도 우리 애가 정리를 깔끔하게 한다고 했다. 모든 물건은 지정된 장소에 정리가 되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고, 다른 친구들이 대충 정리를 해 놓으면 지정된 위치로 다시 정리를 한다고 했다. 물론 집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도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지 못하는 아이다. 집에서는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놀이가 끝나면 아주 깨끗하게 정리를 해서 통에 담아둔다.


밥상에 올라온 반찬을 정확하게 한가지씩 돌아가며 골고루 먹는 습관이 있고, 절대로 편식을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특수학교에 입학 후 담임선생님에게서 야채를 이렇게 잘 먹는 학생은 처음 본다는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꼭 우유를 1잔 마셔야 하는 습관을 지닌 것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식후에 우유 먹는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서 우리 집 냉장고 에는 우유가 떨어지면 작은애가 우유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우유를 사서 냉장고에 체위 놓기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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