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작은애
작은애의 학교생활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담임선생님께서 통신문에 깨알같이 기록해 둔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5~6명이 같이 공부하는 학급에서 정리, 정돈을 제일 잘해서 항상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집에서도 뭐 하나 흐트러져 있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책은 항상 네모 반듯하게 각이 맞는 위치에 있어야 하고, 사람 없는 곳에는 불이 겨져 있으면 절대로 안되고, 전기 밥솥의 전기 코드는 항상 뽑아져 있어야 하고(한 번은 전기밥솥에서 밥하는 도중에 전원선을 뽑아버린 적도 있었다), 방문은 항상 닫혀진 상태로 있어야 하고, 모든 물건은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에 맞도록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안방에 있는 보일러 스위치를 매번 끄고 다니기 때문에( 보일러 가동되면 사람이 없는 빈방에 불이 켜져 있어서 스위치를 끄고 있음) 웃지못할 해프닝이 많았다. 꼭 보일러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누군가 안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보일러 스위치를 켠 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그러면 작은애는 안방 문밖에 서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문을 열기 위해서 방문 손잡이를 돌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떻게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후에는 보일러가 가동이 되어도 가동된다는 표시가 보이지 않고, 컨트롤 판넬이 복잡해서 전원을 끄는 것도 어려워 보일러 스위치 끄는 행동은 없어져서 다행이다.
작은애의 눈썰미가 엄청 매섭다. 소리를 듣지 못하니 다른 감각기관이 매우 발달해 있어서 부모인 우리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가끔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자신이 자주 가던 곳을 지나 갈려고 하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곳으로 가야 한다고 난리법석이다. 뒷좌석에 않아서 운전을 하고있는 나에게 손으로 어깨를 치면서 다른 곳으로 가면 안된다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또한 우리는 작은애와의 소통을 위하여 조건 반응 방법을 나름대로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외출 때 입을 옷을 미리 거실에 내어 놓는다 그러면 “오늘은 외출을 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목욕하러 갈 때도 동일하다. 목욕 가방만 보여주면 알아 차리고 자기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부산하다. 외출 가는 것, 목욕하러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분주해 진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찾아 신고 마스크를 쓰면 외출 준비가 끝이 난다. 작은 애는 개성도 강해서 양말, 옷, 마스크 등 자기 마음에 꼭 드는 것을 주어야 입는다. 양말은 목이 긴 것을 신어야 하고, 마스크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만 매일 사용한다. 옷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않고 버티기 때문에 마음에 들 때 까지 다른 옷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 학교 갈 때는 밥을 먼저 먹고 나면 양치질을 하고 나야 옷을 갈아 입고 마스크를 쓰고 가방을 어깨에 맨다. 그리고 TV를 리모컨으로 끈다. 자기가 학교에 간다고 TV를 끄고 집을 나선다. 어느 것 하나라도 중간에 빼 먹으면 다음 동작으로 진행이 안된다.
2023.03월
연속 이틀 동안 작은애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해서 학교까지 자동차로 대려다 주고 오는 길이다. 평소에는 통학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서 통학 버스를 놓쳤다. 만 10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 적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올봄에 들어서 가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라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단지 방학이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학기 초 여서 적응에 관한 문제인지? 아니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담임선생님도 바뀌고 그래서 학교생활이 힘든 것인지? 아니면 월, 화요일에 주로 가지 않으려고 하니 월요병의 일종인가? 원인에 대하여 추리를 해보는 정도가 전부였다. 8시 10분에는 집을 나서야 통학버스 오는 시간에 늦지 않게 갈 수가 있다. 옷까지 갈아입고,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시간이 8시 5분,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어서 그냥 출발 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들은 거실에서 나가려고 하지를 않았다. 가방을 메고, 마스크를 낀 상태로 거실에서 온갖 간섭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금 전 머리를 말렸던 헤어드라이어 전원선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전원선을 가지런하게 정리해서 서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TV의 방향이 좀 틀어져 있는 것을 바로 잡고, 텔레비전 장 위에 책이 가지런하지 못해서 다시 위치를 정정해서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안방 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다시 문을 닫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서 즐겨보는 만화영화 방송을 틀었다가 지상 파 방송을 틀었다가, 소파 위에 자신이 애장하는 베개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등 그러면서 거실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고 있다.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속이 타 덜어가지만 정작 학교에 가야 할 학생은 천하태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