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애 학교 보내기 아침 풍경
아들은 밥도 많이 먹고 특히 고기를 정말 좋아해서 그런지 덩치도 제법 자라서 힘이 강하기 때문에 이제는 본인이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하게 만들 방법이 없다. 뒤에서 살짝 밀어서 학교에 가자고 하면 전력을 다해서 뿌리쳐 버린다. 결국 오늘도 통학버스 타고 학교에 가는 것은 틀렸다. 현실적인 방법은 자동차로 학교에까지 대려다 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렇게 하려면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많다. 작은애의 감정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작은애의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다고 판단이 될 때쯤 이번에는 뒤쪽에서 강하게 문 쪽으로 밀어 보았다. 저항이 없지는 않았지만, 중문을 열고 현관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도 버틴다. 다시 강하게 밀어보니 집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집에서만 나오면 차에 태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차를 운전해서 학교까지 달렸다.
작은애가 다니는 특수학교까지는 자동차로 20분 정도는 가야 한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지난번처럼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는 했으나, 이번에는 순순히 차에서 내려서 천만다행이다. 이틀 연속 작은애 담임선생님 만나서 얼굴을 뵙고, 성가시게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다.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가는 작은애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었다. 내일도 이렇게 가지 않으려고 하면 내일은 학교에 보내지 말고 집에서 쉬게 해 주어야겠다 고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수요일부터는 큰 저항 없이 통학버스 타는 곳으로 걸어갔다. 다음 주에도 학교에 가는 것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가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요즘 색다른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아침에 씻고 옷 갈아입을 때 동작을 구분 동작으로 하고 있다. 집에서 입고 생활하던 바지를 벗고 학교에 갈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바지를 벗는 동작이 구분 동작 이다. 바지를 엉덩이 정도까지 내렸다 다시 올리고, 그 다음에는 허벅지까지 내렸다 다시 올리고, 또 무릎까지 내렸다 다시 올리는 등 몇 차례나 반복해서 벗었다 입었다 반복한 후에 바지를 벗는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아서 그냥 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바라만 보고 있다. 그래서 항상 아침에 여유시간을 가지고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거실에서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한발을 문 쪽으로 옮겼다 다시 거실로 돌아오고, 한 걸음을 중문 쪽으로 옮겼다 다시 돌아오고, 꼭 갈까 말까 밀고 당기기 하는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밥 먹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다. 밥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어주면 예전에는 바로 일어나서 식탁으로 가서 밥을 먹고는 했는데, 이제는 거실 바닥에 앉은 채로 엉덩이를 식탁방향으로 이동했다 다시 돌아오기를 수차례 반복한 후 식탁으로 가서 식사한다. 왜 이렇게 행동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학교에서 이러한 동작을 하는가 보다 라 고 짐작만 해 볼 뿐이다. 작은애가 밥을 먹을 때는 밥 한 숟갈을 떠서 좋아하는 반찬과 함께 주면 받아먹고는 숟가락을 받아 들고는 식탁으로 가서 밥을 먹는다. 어떤 날은 아침에 밥 한 숟갈을 주면 받아 먹기만 하고 밥 숟가락을 식탁에 가져다 놓고 다시 거실로 와버린다. 그러면 밥을 먹기 싫다는 이야기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 날은 아침밥을 계속해서 숟가락으로 퍼 날라야만 아침밥을 먹일 수가 있다. 학교에 보내려면 맨 먼저 아침밥을 먹어야만 다음 행동이 연결 되기 때문에 이렇게 라도 아침밥을 먹여야 한다.
2023년 4월
중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서 중국 천진으로 왔다. 2주동안 중국에서 기술지도를 해 주고,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는 형태로 한달에 2주는 중국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여기 중국에 와서도 아침에는 온통 작은애가 오늘은 학교에 잘 갔는지 어땠는지 가 가장 큰 관심사다. 매일 아침에 톡으로 “오늘은 우리 학생이 학교에 잘 갔나요?” 라고 물어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천진에 도착한 다음날인 수요일 아침에 드디어 우리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해서 집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아내와 내가 힘을 합해서 우리 학생 학교 보내기 위하여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야 했다. 올해 들어서 부쩍 아침에 학교 갈 준비 하는 동작이 느리다. 꼭 슬로우 비디오 보는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때를 쓰는 듯한 행동으로 우리 속을 태우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밥 먹는 시간을 자꾸만 앞당기고 있었다, 학교 갈 준비하는데 첫 단추는 아침밥 먹기이다. 아침밥을 먹고 나야 양치질도 하고, 머리도 감고,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마스크를 쓰고 해서 학교 갈 준비가 진행이 된다. 워 낙에 동작이 굼떠서 아침 준비 시간을 길게 잡아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아침을 먹고 학교 가는 준비를 위한 시간을 1시간 정도는 주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하는 속도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어도 통학버스 타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된다. 그렇게 넉넉하게 시간을 주지 않으면 자꾸만 행동을 빨리 하도록 재촉해야 하는데 빨리 하라고 해서 빨리 진행이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통학버스를 놓치는 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