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들
신호등 하나 건너지 않고 백화점으로 가는 집에 살다 보니 비싼 식료품을 사게 된다
전국의 질 좋은 상품들 의 집결지이고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 해야 한다
더울 때나 추울 때 도 그곳은 항상 적절한 온도와 반짝이는 신상 들로 나를 반겨준다
정돈된 빛 과 향기 로 흐르는 곳ㆍ소음과 먼지를 문 밖으로 차단 해준 곳 친절한 미소 와 응대를 받는곳 그곳 을 어찌 싫어할수 있을까?
현대인 의 피난처 역활 로 이 보다 편리 하게 다닐만 한 곳 은 없는 듯 하다
장롱 속 옷 들 도 다 입지 못하고 철이 지나지만 그곳에서는 꼭 사야 할 것 같은 새로운 유행과 아이템들이 손짓한다 ㆍ질러~ 라고
카드는 가볍게 직원의 손으로 넘어가고 갈등하던 상황은 종료된다
기후온난화로 여름철 숨이 턱턱 막힌 거리를 걸어 다닐 수가 없다
한겨울 에그 찬바람을 피해 들어갈 따듯한 곳이 백화점이나 몰이다
텅텅 빈 거리 라 사람들 이 다 어디 갔나? 싶을 때 지하 몰 이나 쇼핑센터에 가 보면 뭉개 뭉개 그곳에서 모든 걸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랠 수 있다
여의도 ifc 몰 도 관리가 너무나 잘 되어 있고 맛집과 예쁜 카페가 즐비해서 추운 한강변을 피해 너무나 행복하게 걷곤 했다. 강남 신세계 도 최근 또 다른 리모델링으로 고객 들을 유치하고 더욱더 도시의 소비자들 은 그 공간 에서 행복 해 진다
코엑스 에 전시를 보러 갔다가 지하 식당을 들렸을 때 영화관ㆍ도서관ㆍ카페ㆍ레스토랑ㆍ의류점ㆍ 등 이 호텔ㆍ 백화점과 상호 유기적 연결 집결 되어있어 그 안에서 걷는 것도 한참이나 걸렸다
더 이상 지하세상은 어두운 곳 이 아니고 밝게 움직이는 곳 이고 지상과 한 몸으로 연결 되어 젊은 이 들은 낮에도 지하에서 살고 있다
나는 백화점을 배움의 장소로ㆍ감각의 장소로 사랑한다
안전하고 쾌적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성향이 다른 남편은 군대에 징집당하는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동행하지 않아서
함께 하지 못하는데
시골의 5일장을 사랑하는 이 남자는 기어코 나를 그쪽으로 유인한다
농촌에 가면 남편은 돌아가는 날짜를 챙겨 5일장을 다니자 했고 여기저기 다니며 꽤 운전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눈에는 거기가 거기고 다를 바가 없는 하나의 풍경일 뿐 특별한 것은 발견할 수 없어 지루하기만 했다
농촌에 조금씩 적응할 때 처음 몸빼라는 일바지가 필요했다
너무나 원색적이고 촌스런 칼라의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으니 농장에서 저절로 일꾼이 되어갔다
복장 이 주는 해방감 이 많은 걸 내려놓게 도 했다
엉덩이와 무릎 쪽에 흙먼지를 빨아서 널면서 낼 장에 갈 거지? 남편에게 묻는다
초록 꽃무늬랑 밤색 줄무늬 몸빼 3개는 더 사야겠어! 그리고 그곳에만 파는 조끼 있더라! 그거랑 깔맞춤 해서 입어야겠어~ 어느새 남편을 종용 하고 맘껏 사라고 허세 부리는 남편과 한바탕 웃는다
이제는 열무김치 맛집을 찾아, 토종닭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자리를 편 할머니의 푸성귀를 찾아, 국산 들기름을 찾아, 그곳으로 간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서로가 소비자가 되어주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거칠게 싸우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나는 거기서 많은 돈을 벌어가는 판매자는 보지 못했다
소중한 생산 물 을 팔 수 있는 즐거움의 터전이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는 날인 듯하다
허리 굽은 할머니는 꼬깃꼬깃 한 지폐를 모아 손주 용돈 주려는 소중한 일터 이다
트럭에 온갖것 을 싫은 아저씨는 다음 장터로 가는 정거장 이다
김치를 담궈 온 아주머니는 단골 을 기다리는 신뢰 의 약속 장소다
자급자족 하고 남은 야채는 비료 값도 안 나오는 값 으로 주는 나눔의 장소 였다
어느 날 내가 필요로 하는 호미나 다양한 농기구가 어쩌다 보면 거기에 있을 때 보물을 발견한 재미를 알게 되었고 남편에게 그곳은 내가 도시의 몰에서 느끼는 안락함 을 느끼는 곳이었다 는 생각 이 들었다
반듯한 진열대, 반짝이는 유리 속 물건 이 아닌 흙 묻은 물건을 사랑 하고 잔잔한 음악 이 흐르는 공간 이 아닌 소리 지르는 사람 들 속에서 유유히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쫒으며 혹시 어릴 적 어머니를 추억하는가?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은가? 가끔 드는 생각을 또 해 본다
물어볼 순 없었다
말하지 않고 간직하기에 지켜 주고 싶었다
한편 으로는 이 좋은 세상에 왜 과거에서 행복 을 찾냐고 , 우리를 데워주는 것은 차가운 문명이라고,
현대 문명의 차가운 철 도 사람의 따듯한 손 으로 다져진 흔적이라고 소리치는 가슴을 누르고 그 의 빠른 걸음을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