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들ㆍ꿈ㆍ여행을 위한 문
시골 터미널 이든 서울 터미널이든 거기엔 노인들 의 조용함 과 청년들의 멍한 고요함 이 있다
잘 왔어? 단순하고 짧은 말 들이 오간다
짐칸에서 내린 박스와 꽁꽁 묶은 낡은 가방
손에 든 보따리 안에는 한없이 많은 사연을 안고 있지만 오래 보지 못했던 사이라 서먹함 이 있다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택시 승강장 쪽으로 급하게 빠져나간다
그 굽은 허리와 주름투성이 손등을 보며 왠지 환영받지 못한 손님 이 될까 봐 걱정 이 된다
도시에 적응하느라 누울 자리 하나 차지 하려고 발버둥 치느라 흙수저 운명 탓 할 시간도 없이 쪼개서 사는 시간 속 어미의 방문이 그들에겐 버거운 듯하기도 하다
아니면 금위환양 못 하는 죄송함 이 묻어 인 는 듯 한 아들의 어깨는 짐칸의 박스를 내리기에 는 무거웠을 수도 있다
서로가 미안함 과 뜨거움이 범벅이 된 채 말 은 짧고 걸음 은 빠르게 앞장서 간다
엄마에게 "괜찮아" 전화로만 외치던 그 말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외쳤던 그 말이 안 괜찮아진다
이 좁은 땅에서 단지 몇 시간 떨어진 곳 출신인데 아들은 말투부터 바꾸어야 했다
몸에 밴 억양을 바꾸는 일이 시간 이 걸리고 고향 친구 라도 만나면 어느새 더 큰 목소리로 존재감을 발휘 하는 사투리는 또 하나의 스펙이었다
일 자리가 없고 인구 소멸의 지방도시에서 는 기회조차도 없기에 그 들은 두 주먹만 가지고 올라와 버티고 있다 늦은 밤 편의점 불빛 만이 그 들 에게 비춰 주는 유일한 빛 인 날 들 이 지나고 있다.
도시의 자의적 출가 한 청년 들 은 원룸과 고시원에서 그들과 함께 지내지만 하나둘씩 새 출발의 문을 열고 나간다 학원과 일을 병행하는 고된 농촌 청년 들 은 시간에 밀리고 고단한 몸 은 체력에 밀린다
어미의 먹거리 들 은 잠수함처럼 파도 밑에 두었던 눈물을 수면 위로 올라온 고래처럼 포효하게 하지만 숙여진 고개로 감춘다.
하룻밤도 함께 하지 못하는 핑계를 단지 바쁘다고 어미의 등 을 떠밀어 늦은 밤 터미널로 가 티켓팅 을 한다ㆍ많은 대화도 없이 다 내어주고 떠나는 엄마를 비로소 버스 가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배웅하는 아이는 가장 긴 눈 맞춤 을 한다
대합실 의자에 털썩 앉아 조용히 엄마의 체온으로 멍하니 오랜만에 쉬어 본다
커피 향 이 스며 있는 공항 은 갖가지 색깔의 케리어 들로 반짝거린다
운동화와 슬리퍼 들은 한없이 느긋하고 각자에게 수고한 보상 을 해주려 여권을 만지며 설렘 을 만끽 하거나
커다란 비행기의 날개를 응시하고 있다
아이의 옷깃을 만지작 거리고 티켓을 확인 하고 케리어를 쥔 앳된 아이의 손을 바라본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 앞에서 무너질 수 없어 입술을 깨문다
보안검색대를 지나는 아이의 모습이 작아지고 뒤돌아 손을 흔드는 모습은 가기 싫어요 라고 외치고 있다
사투리도 쓰지 않는 아이들 은 외국어라는 새 문물을 위해 과감히 이별을 감행한다
그 이별은 사랑의 거리가 더 멀리 까지 가느라 두 가슴이 더 큰 고통 을 이겨 내는 시간을 감내 한다
활주로는 커다란 출구가 되어 아이를 싣고 비상한다
남겨진 엄마는 풀린 다리와 두근 거리는 심장 박동 때문에 아이의 대합실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비행기의 날개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하늘을 가르며 미세하게 떨린다
아이는 낯선 곳으로 가고 , 엄마는 익숙한 아이 방으로 돌아와 참았던 뜨거움 을 토해내고 아이의 날개가 은빛으로 찬란 해 지기를 기도 하고 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