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놀러 온 미국 친구

은퇴,동창,추억

by 라라 올리브

한 두 번 남편 친구라서 뵈었던 남편의 고교 동창 은 둘이서 왜 친구 사이었는지 어리둥절했다

키 가 크고 하얀 남편에 비해 중키에 단단한 어깨를 가진 친구는 유도를 전공한 테토 남이었기에~


국내 굴지의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던 친구분 은 의리를 중시하던 시절 상사의 물의 를 책임 지고

미국으로 떠났다

온 가족 이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다

타지에서 생존 싸움 은 치열했고, 자라는 아이들 교육과 모든 것 을 렌트로 사는 삶 이 버거울 때 상사의 연락 이 왔다 해외지사 일 들을 맡아보라고ㆍ

아내와 아이들은 워싱턴에 두고 가장은

더운 나라도 추운 나라도 마다 앉고 해외지사들을 다니며 나 홀로 생활을 한평생 하였다

기러기 아빠의 삶 은 고되고 외로웠지만 어느새 아이들 은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 후 훌륭한 사회 인 이 되었다


이제 반백의 머리가 된 친구는 시간 이 자신의 것 이 되었다ㆍ

4인 가족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는 앞 만 보고 달린 시간들이었고

고국에 있는 동생과 홀로 지탱하고 계신 어머니도 친구들 도 소원해진 시간 들이었다

화해해야 할 사람들도 생각난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 모임 에도 끼고 싶어지고 종로와 명동거리, 을지로 뒷골목, 신촌 굴레방 다리.

대치동의 중국집. 장충동 족발집과 자주 갔던 함흥냉면 집 맛도 그리워진다

그 의 뿌리는 서울이고 오랜 세월도 모조리 통째로 그 추억과 천륜, 인륜을 뽑을 수는 없었다


그에게 낯선 땅 남쪽 시골에서 만난 두 친구는 낯익은 서로의 실루엣을 멀리서 알아보았지만

도시에서 만났을 때 와 사뭇 다르다

야 하고 교실에서 부르던 소리처럼 소리쳐 부른다

청춘을 함께 보냈고 각자의 길을 가면서 몇 년에 한 번씩이나 볼까 말까 했지만 책임을 끝낸 가장 들 은

그 시절 철부지 들로 만난다

아내 들 없이 외지에서 둘 만 의 시간 은 그야말로 자유로움, 해방감 그 자체다

아내가 보낸 와인 은 킵 해 두고 소주잔을 부딪히며 결혼 전 추억도 맘껏 꺼낸다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감과 도전으로 맞섰던 둘 은 세상의 옆에서 밀려오는 공허감을 위로한다

한때 내가 말이야 하고 누군가 에게 말한다면 바로 꼰대 소리로 낙인 되어 버리는 무용담 들, 친구 지만

말 못 했던 속내들을 허물없이 나누는 사이 시골 밤 은 깊어만 간다.


은퇴자의 삶 은 너무나 다양하다

내면의 눌렸던 꿈들을 펼치는 사람, 세계 각 곳을 여행하는 사람, 손주 등 하교 길을 봐주는 사람, 전문직이라 아직도 일 해야 하는 사람, 자연인 프로 그램을 보면서 대리 만족 하는 사람, 혹사한 몸을 돌봐야 하는 사람, 등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거기에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내느냐? 의 깊은 의미가 있다

남은 생을 달려왔던 책임감을 내려놓고 그 비운 자리에 다시 자신을 위해 채워 넣는 시작의 시간이다

오히려 삶의 문 은 지금 비로소 본인만의 의지로 선택한 새로운 방향이 열리는 것이다


한창 시절 서로의 직함으로 부르며 존중을 해 주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들은 다음 세대에게 넘어갔고 지금 친구와 찍는 인증숏 에는 오로지 어른흉내를 벗어던진 사람 둘 이 있다 살아 남 은 둘 은 삶의 선물 같은 그 시간 이 어떤 성공보다 값지게 느껴진다

내일 아침 일찍 농장에 가서 시키는 잡일 을 하라고 신참농부는 마치 본인은 프로 인 양 친구에게 혀 꼬인 소리로 말한다

야~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못 할 줄 알아 그 까이꺼~

오랜만에 맘 놓고 거나하게 취한 친구도 충혈된 눈으로 부라린다


그 둘 은 씻지도 않고 어느새 짐승 같은 코골이를 다투듯이 해 댄다

다시 땀 흘릴 수 있다는 설렘에 두 발 뻗고 동이 튼지도 모른 채 뒤척임도 없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한 사람 은 서울과 시골농장을. 또 한 사람은 미국과 서울을 오가며 살아갈 것이다

두 줄기 강물 이 하나의 바다로 모일 때까지 ~


은퇴자는 사회적 조직에서 물러나 소속감 없는 존재감을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온다

그때 가족들과의 관계는 가장 큰 자산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행복한 노후 라고 한다


멀리서 찾아온 친구를 보내고 농장으로 돌아온다

일렁이는 파도는 농장의 농부를 위로한다

함께 바라보던 바다는 하나라고~













작가의 이전글터미널 만남ㆍ공항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