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ㆍ소통의 공간
산책을 간다
깨끗이 정돈된 집을 뒤로하고 가벼운 맘으로 거리를 걷다가 공원으로 들어가 낙엽을 밟아본다
목표한 오천보를 채우기 위해 도시 속 빌딩 사이로 들어가 인파 속으로 스며든다
삼천보쯤에 집으로 향하는 길로 유턴하여 걷는다 여러 번의 유혹 들이 곳곳이 있다
멋진 옷과 다양한 상품들ㆍ굽고 있는 빵 냄새ㆍ그중에서도 코끝에 스치는 커피 향 은 카페로 들어오라고 강력하게 손짓한다
테이크 아웃 하려고 들어갔으나 이내 창가 자리가 비어있어 따듯한 햇살 이 비추는 그 자리에 앉아 버린다
창밖 사람들과 문 하나로 분리되어 나는 여유로운 관찰자가 되어있다
스치듯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외부인이고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카페 안 사람들은 잠시 각자 완전히는 혼자가 아닌 채 함께 있다
주문한 커피가 종이컵에 내려질 때 내려놓아던 작은 것이 채워지는 듯 한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그 맛~ 온기가 식기 전까지 손가락 끝까지 전해지는 그 따스함 의 값을 지불하고 밥값 같은 커피값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층간소음으로 는 깊은 잠도 깨우는 예민한 청력은 옆테이블의 수다도 아무렇지 않게 신기하게 소화한다
허락한 대가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내면인지~
파도소리 나 빗소리를 오히려 즐겁게 듣는 이유도 도시카페에서의 웅성거림과도 통하는 거 같다
내가 통제할 수 없고 예측 가능 했고 침범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해석한다
그곳의 소리들은 가까워도 의미는 멀다
도시에서는
오히려 그 익명의 소음 속에서 멍을 때린다
소음과 장면들은 각자에게 배경이 될 뿐이다
이장님의 마이크 소리가 온 마을의 들판과 마당으로 울려 퍼진다
마을회관에서 국수잔치가 있다고 남녀노소 나오라고 초대한다
커피 향 대신 구수한 보리차 가 끓고 있다
터주대감님 들은 아침잠 이 없어 벌써 와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래된 TV와 낡은 의자ㆍ커다란 테이블 이 그들과 가족처럼 함께 한다
침묵도 어색하지 않고 그냥 모두가 반복된 리듬에서 느릿하게 존재할 뿐이다
누군가 찐 고구마와 김장김치를 가져오기도 하고 홍시를 들고 오기도 할 뿐 계산을 치를 일은 없다
나름 정보교환의 장이고 관계의 장 이기도 하다 누구의 말 에도 모두가 귀가 쫑귓하며 집중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에 따른 주제가 있고 자랑과 한숨, 질투와 배움이 있고 생존신고의 장이다
따끈한 멸칫국수로 식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은 눕기도 하고 고스톱을 치기도 하고 일터로 가기도
하지만 내일에 또 만나기를 바라는 건 한 마음이다
다투기도 하지만 안 보면 그만인 사람 은 없다 모두가 떠나기만 하는 농촌에서는 서로가 소중하다
사랑방에서는 이웃이 자식보다 가까운 서로가 되어 있다
언젠가 카페에 들어가 베스트셀러를 펴 놓고 한 장도 아니 한 줄도 읽지 않은 적 이 있다
쓰지도 않을 글을 끄적이다 노트북을 켜 놓은 채 폼 만 잔뜩 잡고 손가락은 정지되었었다
조용한 카페에서 듣는 음악이 집 보다 깊이 와닿는 건 남이 틀어줘서 더 맛난 건지 그 맛에 빠져
유체이탈 이 되어 과거여행 만 하다가 나온 적이 종종 있다
어느 날 흰머리 질끈 묶은 할머니가 바바리코트 멋지게 입고 커피를 드시는 모습이 그분의
청춘은 매우 낭만적이었을 거라고 상상해 본 적 이 있다
카페의 진짜 맛은 혼자 일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커피와 카페가 상징하는 것은 아마도 고독ㆍ낭만ㆍ기다림ㆍ설렘ㆍ힐링ㆍ약속ㆍ만남과 이별
이런 것 들 인가보다
카페의 구석진 곳에 앉아 내 안의 작은 온실 속 화초 가 꽃 피울 수 있도록 내 마음에 물을 주는 시간 ~
커피 향 이 후각을 마비시킬 때까지 세상밖 각성을 커피의 각성으로 녹여내는 시간~
비 가 오거나 눈이 올 때 모두가 한 마음이지만 쿨한 척하고 있는 공간 ~
진동벨 소리에 너무도 순종적인 몸놀림 을 하는 곳 편한 옷차림 들이지만 단정한 자세를 지키는 곳
두 사람 중 한 명이 나가고 고개 숙인 사람을 토닥 거려 주고 싶은 곳이고 나의 젊음도 기억하는 곳~
강남 카페에 앉아 있어도 신촌ㆍ이대 앞ㆍ명동ㆍ남산길과 함께 있는 곳이다
며칠 전 저녁 갑자기 내린 첫눈이 폭설로 몰아쳐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낮 설었을 때 카페 안으로
무작정 뛰어 들어오는 사람들 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럴 때는 피난처로서 너무 가깝고 안전하고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는 도시의 카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도로가 마비된 그 시간 우리는 도대체 어디를 갈 수 있단 말인가?
만원의 지하철에 끼여 가는 대신 샌드위치 와 차 한잔으로 달래고 창밖을 보다가 다시 배낭을 메고
걸어 나가는 청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얀 눈길과 어울려 그림 같았다
그 발자국 이 미래를 위한 선명한 흔적이 될 테니~
연말 크리스마스는 12월 1일 카페의 캐럴들로 시작된다
언제나 익숙한 캐럴 들이지만 언제 들어도 들뜬 공기를 준다
들뜬 각자의 작은 심장 박동 들은 눈송이처럼 서로에게 전달된다
따스한 목도리의 온기 같은 눈동자와 산타를 기다리며
기도를 했던 그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반짝이듯 느껴지는 12월 카페에서 는 손 시린 이웃도 생각할 수 여유도 생긴다
아무 이유 없이 내 목적을 상실하게 만든 그 카페에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요?
이어폰을 낀 채 열공하는 청춘을 말없이 응원만 하고 조용히 나온 적 있나요?
새순으로 만물이 생기를 찾는 잔인한 4월 카페에서
그 아름다움 을 다 담지 못하고 더욱 외로운 적 있나요?
사랑방보다는 활어처럼 살아있고 고뇌와 환희, 만남과 이별, 소음과 정적이 공존하는 도시의 카페들 에서
오늘은 어떤 감정을 녹이려 할까? 걷다가 작은 카페 앞에서 멈추어 생각해 본다
수많은 거리마다 골목마다 카페의 간판 들에 김 오르는 커피잔 이 그려져 있다
그들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생존의 개성을 갖추고 있어 카페투어를 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내적 생존을 위해 들어간다
그 문을 묵직하게 열기 위해 집을 나선 것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