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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킴 Sep 12. 2024

쌍둥이불꽃이 전생에
헤어진 이유는 1

1. 남자의 이야기

“뭐라고.?”


“우린 쌍둥이불꽃이라고.”




 몇 년 만에 만난 그녀는 대뜸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단어를 내뱉기 시작했다. 전생이 어떻니, 윤회가 어떻느니 하는 단어는 나도 들어는 보았다. 왜, 많은 사람들은 꿈꾸지 않는가. 내 영혼의 단짝을 찾기를. 나 또한 오랜 세월, 그 어떤 여자를 마주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복감 같은 것들을 느끼며, 허기진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러니까...뭐 소울메이트?그런걸 말하는거야?"


"아니, 그거랑은 달라."



 그녀의 설명에 따르자면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영혼은 인간의 몸을 벗어나 육체는 죽을 수 있지만, 영혼 상태로 우주 어디엔가 머무른다는 것이다. 영혼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에너지 덩어리로서, 지구에서 머무르다가, 인간의 수명이 다하면 또 다른 육체를 창조해 지구의 삶을 살다가, 하며 영혼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 영혼은 꼭 지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우주 여러 곳에서, 여러 형태로 영혼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마치 인간이, 여자로, 남자로, 때론 자웅동체로, 때론 일란성 쌍둥이로, 때론 이란성 쌍둥이로, 때론 장애아로 태어나기도 하듯이, 영혼의 탄생도 다양한 형태가 있고 우리 둘은 태초의 그 어느 순간(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다)에 하나의 덩어리로 탄생되었다가, 어느 순간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쌍둥이의 탄생처럼 말이다. 그걸 쌍둥이불꽃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울메이트라고 하는 것은 영혼적으로 친분이나 구면인 관계라고 했다. 뭐 전생에 가족이었거나 연인이었거나 혹은 현생에서 가족이나 연인 등 영혼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소울메이트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쌍둥이 불꽃이 영혼적으로 혈연이라면 소울메이트는 학연이나 지연 정도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우리가 그 쌍둥이불꽃인가 하는 거였다면.... 말 그대로 영혼의 단짝이라는 단어 그 자체라는 건데...아니, 보통 영혼의 단짝이라고 한다면 만나는 순간 불같은 러브라인에 빠지곤 하지 않던가?평생을 갈구하던...어떤 갈증이 일시에 해소되고...그리고 그들은 재회하여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정도로 끝나줘야 하는 것 아니던가? 내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그도 그럴 것이,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여자는...솔직히 내게 있어 스쳐가는 여자 1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 독특하다 생각은 했었다. 이유 모를 이끌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딘가 모르게 신경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찌르듯이 연락이 왔었으니 말이다. 오빠 다시 만나자 라던가, 난 오빠를 못잊겠어 같은 말을 했던 것은 아니다.그녀는 한번씩 알 듯 모를 듯 한 단어들을 던져놓고는 했다. 희한하게도, 그 말 같지도 않던 단어에 때로 나는 영감을 받기도 했어서, 한번씩 머리가 복잡해지곤 했었다. 내가 갖고 있던 스스로에 대한 오랜 의문, 나조차도 이해가 잘 가지 않던 내 모습들, 반복해서 풀리지 않던 삶의 문제들, 그것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해보게 되었달까...... 그래 봤자 항상 답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생각하다가 머리가 아파져 덮어두고 잊어버리고 살았지만, 잊어버릴만 하면 그 여자는 홀연히 연락을 해와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채 세마디 이상의 답을 준 적도 없다. 이정도면 떨어져나가도 되는거 아닌가. 솔직히 그녀가 어떤 답을 바라고 하는 연락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차단해버리면 그만인 여자를 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모른 척 내버려두고 있었던 것이다. 또 저러다 말겠지.참 이상한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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