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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less Apr 22. 2021

사랑콧의 아침

네팔 포카라에서 일출을 보러간 날

네팔 포카라 인근의 사랑콧(Sarangkot)은 일출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미니 트레킹을 하거나 차를 타고 올라가면, 하늘에 떠 있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사이로 일출을 볼 수 있다. 그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접근이 편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포카라에서의 둘째 날 새벽 사랑콧에 올랐다. 

전날 약속한 택시기사를 만나 4시경 출발하니, 캄캄한 언덕 위에 도착했을 때 멀리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장면을 실제로 보는데, 머리속으로 상상하던 규모가 아니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제프 버클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흥얼거림이었을 수도, 가게에서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였을 수도 있겠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맑은 눈물 한 방울 떨구며, 필름보다 눈에 이미지를 남기고, 그저 이 순간 이곳에 있음에 감사했다. 

가끔씩 셔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한 장을 더 남기려기보다 그 순간을 좀 더 느끼고, 눈 속에, 마음 속에 새겨넣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순간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사진보다 더 오래 그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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