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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less Apr 30. 2021

괜찮아요

교토 여행 중 만난택시기사님

오래전, 두번째 교토(京都)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날이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탔는데, 우리 얘기를 들으시던 노기사님이 반갑게 말을 건네오셨다. 교포 2세고 창녕이 고향인데, 일본에서만 지내다보니 한국말을 거의 잊게 되었다면서 띄엄띄엄 한국말과 일본어를 섞어서 말씀하셨다. 덥지 않냐고 물으시길래 "괜찮아요"라고 말씀드리니 "괜찮아요, 괜찮아요" 되뇌이시며 일본어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고 하셨다.

한국말을 들으면 이해는 하는데 말이 바로 안나온다고 하시면서, 가라앉은 배 - 아마도 세월호였겠다 - 얘기도 하시고, 대통령이 오사카에 온다고 해서 보러 갔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리고, 아무래도 귀화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그래서 귀화를 많이 하는데 아내도 자식 둘도 귀화했다고 하셨다. 지내다보면 생김새가 한국사람인데 일본인이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그럼, 아, 귀화했구나 생각하게 된다고도 하시면서 사실 3세, 4세가 되면 일본사람으로 보는게 맞다고도 하셨다.

이런저런 얘기에 빠져있다보니 터미널에 도착했다. 기사님이 짐을 내려주러 가신 사이 요금에 조금 더 얹어서 대시보드에 두고 내렸다. 기사님께 꾸벅 인사드리고 헤어졌는데, 저만치 가던 기사님이 차를 세우더니 내리셨다. 멀리서 뭐라고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마 요금을 더 줬다는 말씀인 것 같았다.

웃으며 손사레를 하고 승차장에 줄을 섰는데, 기사님, 기어이 멀리서 달려오셨다. 거스름돈을 챙겨 손에 꼭 쥐어주시며 "괜찮다"고 말씀하시는데,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잘 가라며 손을 흔들고 돌아서시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교토에 갈 때면 다시 기사님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또, 기사님께서 여전히 한국말을 기억하시기를, 가끔 한국 손님을 만나 고향 얘기를 나누실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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