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와와 Jun 23. 2024

나의 쓸모 있음은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모두가 분주하게 식사 준비를 위해 바쁜 시간...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로비한군데 소파에 누워 편안하게 쪽 잠을 자는 어르신...


입원 3일 차인 정 **어르신은  배회, 폭력성, 케어 거부 등의 문제 행동으로 입원하신 분이다.

입원하면 제일 먼저 탈의를 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입원에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하지만,

벌써 입원한 지 3일 차인 어르신은  입원 시 입었던 사복 차림 그대로  본인 병실이 아닌 복도에 마련된 소파에 저리 누워 계신다.

옆에 가서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날 노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다가 한마디 한다


"저리 가 던져 버리기 전에"


저 작은 체구에 날 던져 버리시겠다니 웃음이 났지만 어르신 표정은 너무나 간절하고 진지했다.

무엇이 어르신을 저리도 화나게 했을까?

이틀 내내 식사도 거부하여 겨우 드신 거라곤, 오예스 2개, 사과 주스 1개, 요플레 1개가 다인 어르신...

물을 드려도 삼키질 않고 물고 있다가 침 뱉듯이 다 뱉어내 버리니 투약도 되질 않는다.

어제까진 쉬지 않고 출입구 찾아 배회하시고 한시도 앉아 있으려 하지 않고, 심지어 밤에도 병실 들어가길 거부하여 소파에서 간간이 쪽잠자 듯 몇 시간씩 누웠다 돌아다니다 하다가  이젠 기운이 빠지셨는지 움직이질 않고 저렇게 누워 계신다.

다들 이제 좀 지쳤을 거라 예상하여 옷 탈의를 시도해 보지만, 실패....

얌전히 누워 있다 우리가 곁에 가자 갑자기 사나운 들개로 변해 버려 근처만 가도 물어뜯으려 하신다.

뭐래도 좀 드시게 해야 할 것 같아 식판을 조용히 옆에 가져다 드렸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걸 확인한 어르신은 조용히 일어나 몇 수저 먹는듯하다가 갑자기 상을 밀어 내곤 급하게 어디론가 가신다.

며칠째 먹은 것이 없으니 다리에 힘이 풀려 보행이 영 불안하다. 잡아 드리려 하자 거부하여 가만히 따라가기만 했다.

손이 자꾸 뒤 바지 속으로 넣으려고 하여 화장실을 찾는듯하여 화장실로 안내하자 변기가 아닌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힘을 주신다. 얼른 일으켜 변기에 앉혀 보지만, 다시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다.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신 걸까? 좌변기를 거부하는 어르신....

그 뒤... 계속 대변이 보고 싶으신지 걷다가도 이제는 아무 데서나 바지를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힘을 주신다.

그렇게 오전 내내 계속된 바닥 릴레이에, 어르신도, 우리도 지쳤다.

결국은 좌약을 넣고 대변을 보게 해 드렸다.

그 뒤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으로 다시 배회를 시작해 보지만, 먹은 것도 없고 지치신 어르신은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나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이대로 두면 낙상은 물론이고, 탈수되어 어르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강제로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웠다. 그러곤 입원 시 못한 피검사를 시행하고, 오늘 맞기로 돼있던 화이자 2가 백신을 주사했다. 1시간 넘게  소리 지르고 악을 쓰며 휠체어에서 발버둥을 치던 어르신, 점점 소리가 잦아지더니 조용해지신다.

빵과 우유를 슬그머니 무릎에 올려 드리자 몇 번은 바닥으로 던지시더니 6번째에는 쓱 받아 들더니 비닐을 벗기고 먹기 시작하신다.

그렇게 카스타드 한 개와 우유 한 개를 다 드신 어르신,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셨는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 신다.

그리곤, 내던진 한마디


" 나 집에 가고 싶어 "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낯선 이곳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친절들이 과연 달가웠을까?


[ 나는 이들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자꾸 내게 다가와 내 옷을 벗기려 하고, 내 팔에 무언가를 감고 (혈압측정 ) 내 팔에 뾰족한 무언가로 나를 찌르려 하고 내게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나에게 흰 가루를 먹이려 한다 (약 투약).
나는 이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집에 가고 싶다.
내 아들과 내 마누라가 있는 내 집에 가고 싶은데 도무지 나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여기 있는 이 많은 노인네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다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걸 먹고 다 같이 우르르 나와 시끄럽게 떠들고 (프로그램)..
문만 열어주면 난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걸까? 여기서 죽는 걸까?  ]


어르신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어르신의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내게... 나 좀 집에 보내달라며 애원하는 것 같았다.

치매 어르신의 케어에는 정답이 없다.


이 어르신에게 정말 필요한 케어는 무엇일까?


이런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하는 이 고민들이... 이 하루하루의 고뇌들을.... 누군가 실타래 풀듯이 풀어주면 좋겠다.


아니,  ​그 실타래가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 하나로 나는 지금도, 어르신들 곁에 있다. 이 길 위에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