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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준 Sep 30. 2022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인생은 고통이다_쇼펜하우어

나는 마케팅을 하고 있는 30대 직장인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항상 즐겁고 밝은 일만 일어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만은 않다.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이 틀어진다거나 계약을 해지 당하거나 아이디어를 동료에게 빼앗기 기도 하며, 업무가 너무 많아 뇌가 과부하에 걸리기도 한다.


입사 후 2년간은 정시에 퇴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업무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만들어 낸 작업물에 만족을 못하고 뭘 해도 부족해 보이며 스스로를 모자라게 생각하는 나의 성격 때문이었다. 완벽주의라기보다는 정말 이게 최선일까? 조금만 더 하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일을 쉽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계속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내가 들인 노력이나 시간에 비례해서 성과가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에 너무나 많은 좌절과 현타를 느끼며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좋은 일이 반복되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데 반해 안 좋은 일이 반복되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회사생활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는데... 난 왜 저들보다 성과가 좋지 않을 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맴도는 말들은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들까... 이제 다 그만하고 싶다...이었다.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멍들어 버린 우울한 마음에 위로를 건넨 것은 철학자 쇼펜하우어였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모든 인생은 고통이라고 한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며, 행복은 찰나의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당황스러웠다. 인생은 행복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좀 더 좋은 옷을 입고 좀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좀 더 편안한 곳에서 잠을 자고 좀 더 이상형인 이성을 만나려고 노력하며 사는 것이 아닌가? “인생은 행복이다”라고 말해야 열심히 살아갈 텐데 인생은 고통 그 자체라니 이런 염세적인 말이 어디 있는가? 그럼 어차피 인생은 고통스럽고 행복은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 거 뭐하러 열심히 사는가? 이러한 의문은 쇼펜하우어를 읽다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본능과 욕망, 그리고 권태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욕망이 생겼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본능, 욕망이 해소되었을 때의 감정이 행복, 욕망이 해소되자마자 발생하며 새로운 욕망이 나타날 때까지 그리고 그 욕망이 해소될 때까지의 감정이 권태 즉, 고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쇼펜하우어는 행복이 왜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일까? 이는 우리의 실생활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 사람들이 많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너무 힘들다. 자동차를 사야겠다.(욕망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 자동차를 구매할 만한 여유가 없다. 일단 돈을 모아야 한다.(욕망이 해소되지 않아 고통스럽다.) 여러 차종을 알아보다 가장 합리적인 자동차를 구매했다.(욕망이 해소되었다. 행복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왠지 차가 잘 안 나가는 것 같고 답답하고 좁게만 느껴진다.(권태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옆 차선을 지나는 중형 세단이 눈에 들어온다.(새로운 욕망이 생겼다.) 나는 이제 권태에 빠지고 중형 세단을 구입하기까지 욕망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럽다.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가 행복이고, 자동차를 사고 싶다는 욕망이 발생한 시점부터 자동차를 구매할 때까지, 그리고 다른 자동차가 눈에 들어와 그 자동차를 살 때까지의 시점. 이것이 고통이다. 실생활에 비유하니 고통에 비해 행복이란 정말 잠깐의 순간이다.


이 처럼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기에 삶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인생은 고통스러운 거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러울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인생이 그나마 덜 고통스러울까?


이에 대한 답변으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짧고 고통은 길기 때문에 행복을 늘리기보다는 고통을 줄이는 것이 낫다. 고통은 욕망에서 출발하므로 욕망을 제어해야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머릿속을 맴돌며 필자를 괴롭혔던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에 대한 답변과 위로를 받은 것은 이 대목이다.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의 원인이 우리가 욕망의 존재라는데 있으며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결핍감에 시달려 새로운 것을 욕망하기에 고통스럽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욕망으로부터의 이성 해방이다. 인간의 이성은 욕망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욕망을 통제하고 부정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이 욕망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사실로 인지할 때 우리는 욕망에 완전히 지배되는 상태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사고 싶다는 욕망을 제어했다면 고통을 느꼈을까? 다른 자동차와 나의 자동차를 비교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욕망 생겨 새로운 고통을 느꼈을까?


욕망을 제어 했다면 고통 또한 없었을 것이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주적 의지로 인한 필연적인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기에 좋은 일이 생겨도 그렇게 좋아할 필요도 슬픈 일이 생겨도 그렇게 슬퍼할 이유도 없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가 통제 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다. 어떠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통제 할 수 없는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괴롭히는 어떤 문제만 없어지면 고통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문제가 사라지더라도 언제 어떻게든 새로운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눈 앞의 문제가 없어져 버리기 만을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내적 조건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행복과 불행은 외적 조건보다 그 문제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내적 조건에 의해 규정된다. 


결국 어떠한 문제를 행복과 불행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며 내적으로 충만한 이는 같은 문제라도 행복으로 규정하거나 불행 일지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여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의 내적 조건이란 성향, 성격, 감수성 등을 말하는데 예민하고 나약하고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사람과 내적으로 충만하고 쾌활하며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며.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느끼는 행복감도 다르다.


어느 날 신입사원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을 때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은 이 놈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 질문으로 인하여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게 되거나, 그 질문을 상세히 설명해 줄 것이다. 나약한 자는 외적 문제로 상처를 입고 강인한 자는 외적 문제를 소화한다. 때문에 인간은 저마다 내적 조건에 의해 행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충만한 자는 더욱 충만하게 결핍된 자는 더욱 결핍되게 말이다.


어쩌면 나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이 틀어진다거나 계약을 해지 당하거나 아이디어를 동료에게 빼앗겼던 일 때문에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일어났을 일을 내적으로 불안할 때 겪었던 것이고 내적으로 불안했던 이유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더 인정받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나의 욕망 때문에 스스로를 모자라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나약한 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있던 나는 외적 문제로 상처를 입었고 이성을 욕망으로부터 통제하지도 못했으며 마시면 마실 수록 갈증만을 느끼는 바닷물처럼 단순한 욕망만을 쫒으며 해소될 수 없는 갈증으로 더더욱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삶에 대한 이러한 시각도 있으니 어떠한 문제를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로 여겨 자책하거나 큰 좌절감을 느껴 삶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한 예전에 나와 같이 자신의 인생은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시각으로의 위로를 드리고 싶다. 여러분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여러분이 잘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를 학대하여 나약한 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학대할 시간에 자신만의 욕망을 제어하는 방법과 연습을 하며 큰 일도 작은 일로 넘기는 강인한 자가 되었으면 한다.


내적으로 충만하고 욕망을 제어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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