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읽는 이유

by 김경민

‘넌 항상 왜 책을 읽어?’

사람들은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했다.

‘그냥’


쓸쓸히 웃으며.

‘좋잖아.’


나는 감정기복이 심해서 언제나 가슴속 한편에 우울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무한한 우울함은 내 인생의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일의 실패, 노력했던 인간관계의 실패, 나의 사랑의 실패.


나는 인생에서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내 삶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상실감을 느꼈다.


그것은 곧 자기혐오와 자괴감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결국 늪과 같은 우울로 이어졌다.


이런 삶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나는 결국 지쳐버렸다.


그리고 이런 삶의 끝은 결국 ‘죽음이겠구나’라는 분명한 직감이 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변하는 않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이 사회에서, 인생에서, 일 적으로든, 인간관계든, 이곳에서 실패하더라도 영원히 나에게 남아 있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실패하더라도, 영원히 내 곁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읽은 책들은 결국 내 마음속에 남아 언제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는 영화와 같았다.


눈을 감고 생각하면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기분, 생각, 감정, 그리고 깨달음까지도 고스란히 생각났다.


그리고 그 감각은 공허했던 내 마음을 순간이나마 가득 채워주었다.


내가 지금껏 읽어온 것들은 내가 모르는 새에 언제나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책과 함께하는 인생이라면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이것은 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라기보단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라는 이유 때문이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패를 보고 나의 시간과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대도,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가치.


세상의 만물이 변하고,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고, 이 사회에서 내가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되는 순간이 되어도 나에게 변하지 않고 남아 있을 존재.


심지어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나는 그것을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종교를 믿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의지할 대상 없이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나 유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종교를 용인했다.


그들에게 의지 대상이 신인 것처럼, 나에게는 책이기에.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조금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책은 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리와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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